우리 학교가 팔렸다

내가 다니던 인도의 국제학교의 주인이 바뀌었다

by 쭌쓰
와, 이 건물 다 올라갔네!


2년 반의 한국 생활 후 돌아온 푸네(Pune)는 많이 변해 있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이 동네에 살면서 실시간으로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2개 더 올라갔으며 Uber와 Ola 등 공유택시 서비스가 도입되고, 인도에서 쓰레기 이불이 걷히고 산책할 만한 공원이 생기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하지만 2019년, 아빠의 두 번째 인도 주재원 생활을 위해 도착한 푸네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학창 시절 수수하던 친구가 갑자기 성형을 하고 나타난 기분이었다. 환골탈태라는 말이 부족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는 빌딩 3개와 주상복합을 위한 소규모 몰(mall)이 증축 중에 있었고, 도로 양쪽으로 원형탈모처럼 듬성듬성 비어 있던 공터는 전부 새로운 아파트나 마트가 자리해 있었다.


저녁 산책을 나갔을 때, 나름 멀끔하게 수리된 인도는 누리끼리한 가로등 불빛에 힘입어 더욱 불그스름해 보였다. 순간 도깨비불로 오해할 뻔했다.


비록 없는 구간이 더 많았지만 신호등과 차선도 예전보다 많이 생긴 게 눈에 띄어 괜히 뿌듯했다. 그래도 나에겐 소중한 학창 시절을 보낸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뭄바이에서 차로 3시간가량 떨어진 도시인 푸네(Pune)는 IT기업들과 첸나이(Chennai)에 공장을 둔 여러 제조업 회사들이 오피스를 두고 있는 곳이라 외국인 인구가 많은 편이다.


그전에는 없던 지하철 노선을 새로 깔면서, 지하철 건설을 하게 된 체코 회사 (구체적인 회사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람들이 새로 이주했다고 들었다. 우리 학교에도 체코 아이들이 여럿 전학을 왔다.


한국인 가구들도 많이 늘었다. 체감상 2배는 증가한 듯했는데, 덕분에 해외 식자재 마트에는 간간히 한국 제품들이 들어와 있었다.


새로 가게 된 국제 학교에는 나 외에 한국인 친구가 4명이 있었다. 2년 반 전에는 1명이었으니 무려 4배의 증가율인 셈이다. 같은 학교로 돌아간 게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 동네에는 규모 있는 국제 학교가 2개 있었는데, 집과 가까운 곳에 가려다 보니 전에 다니던 곳이 아닌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여전히 우리 집에서 더 먼 국제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새로운 학교(M 국제학교라 하겠다)가 유럽에서 온 교사진이 더 많아 다양성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했고, 더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엄마는 설명했다. 유럽 회사가 세운 곳이니 전반적인 행정 체계가 더 합리적이라는 인식도 한몫했다.


야, 우리 학교 팔림!


물론, 그건 우리가 입학하고 난 후 6개월 동안만 유효했다.


우리 학교를 설립하고 22년간 운영해 온 곳은 독일의 유명 자동차 회사였고, 인도 사업을 축소하면서 더 이상 주재원의 자녀를 돌봐줄 학교가 필요 없어졌기에 인도의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판 것이었다.


학교를 후원하는 재단이 바뀌면서 학교 이름과 운영진이 교체되었다. 더욱 중요한 건 이제 우리 학교는 더 이상 유럽식 교육 방침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럽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이미 기존의 방침들에 익숙해져 있던 경력 많은 분들은 2년에 걸쳐 대부분 이직하셨다.


정확한 사정은 알 길이 없었지만, 학교 내부의 변화와 코로나가 합쳐지면서 교직원 분들이 더 빠르게 교체되었지 않나 싶다.


내가 졸업한 후에도 1년 더 학교를 다닌 동생은, 자기 학년을 마지막으로 기존의 교사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했다. 우리 같은 학생들에게 큰 장점이었던 외국인 교사진이 사라지면서 M 국제학교는 로컬라이징 되었다.


많은 것들이 변하고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새로운 것들에 대한 궁금함이,

남았다.


얼마 전, M 국제학교의 25주년 파티 초대장이 메일함에 날아왔다.


스케줄상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의 링크드인 (LinkedIn)을 뒤져 보며 추억에 잠겼다.


우리 학교도 링크드인 계정을 운영 중이었는데, 색상은 비슷했지만 묘하게 어딘가 바뀐 것 같았다.


그저 내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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