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무서운 인도의 원숭이들

인도의 길거리 동물원 (1)

by 쭌쓰

인도의 길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은 단연 떠돌이 개들이다.


그 외에도 소, 염소, 돼지, 청솔모, 고양이, 쥐, 비둘기, 앵무새 등이 있으나 오늘은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사람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 길거리 동물로서, 인도 원숭이의 입지는 지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정도다.


소처럼 신성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힌두교에는 원숭이의 형태를 띤 신도 있고 실제로 내가 원숭이를 가장 많이 본 건은 신전에서다.


인도 곳곳을 다니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원숭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동요에서 많이 놀리는 엉덩이가 빨간 개체, 부숭부숭한 털이 거의 하얀 색의 작은 원숭이들, 얼굴이 시꺼먼 덩치 큰 놈들 등 인간처럼 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른 이들이 서로 싸우면서 살아간다.


그렇다. 사나움에 있어서는 길가의 쓰레기장을 뒤지는 멧돼지보다도 한 술 더 뜨는 게 바로 원숭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타 동물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이고 삭막한 콘크리트 정글에 대해서 깊이 사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비교적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들이 자신들의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아파트 단지의 쓰레기통을 헤집거나 가로수를 타고 날아다니며 울어대는 게 다지만, 경계성을 낮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많이 오가는 휴양지에서는 무자비한 해적단으로 변할 수 있다.


인도의 어느 기차 마을에 놀러갔을 때다. 도심과 산등성이를 이어 주는 기차를 한참 타고 산 중턱의 마을로 들어간 후, 절벽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작은 관광용 기차를 타고 숲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기차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창문을 개방하고 달렸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감자칩을 꺼내 먹으며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기차는 어느덧 변환점에 도달했고,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슬슬 피곤해진 나는 동태눈을 하고 잠을 떨쳐보고자 열심히 과자를 먹고 있었다.


그때.


열린 창문의 위쪽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 하더니 원숭이 한 마리가 아주 날렵하고 절도 있는 무빙으로 내 과자 봉지를 낚아채 저 멀리로 씰룩거리며 도망갔다.


순식간의 도둑질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싸워볼 생각도 못했다. 인간으로서 원숭이에 지다니, 분했다.


아마 정차하자마자 기차 위로 올라가 창문을 통해 가로챌 수 있는 음식이 있나, 호시탐탐 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과자만 뺴앗긴 것은 다행이다. 원숭이와의 조우는 긁히고 물리는 등 신체적인 피해를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이드들이 늘 원숭이를 멀리하고 그들에게 함부로 먹을 것을 권하지 말라는 이유다. 잘해주면 더 포악해진다.


우리 집 근처 아파트에서 약 7층 높이의 베란다에서 한 여성이 추락하여 사망했다는 기사간 난 적이 있다. 이유는 빨랫감을 두고 원숭이와 벌이던 실랑이였다.


운 나쁘게도 그 원숭이는 대장이었고, 그 덩치와 이빨로 여성을 위협했다. 놀라 뒤로 자빠진 여성은 그대로 베란다의 턱을 넘어 머리를 바닥에 찧고 말았다.


원숭이와의 악연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에서 만난 녀석들 덕인지, 난 원숭이가 전혀 귀엽지 않다. 동물원의 원숭이, 원숭이 캐릭터나 원숭이 띠로 태어난 내 동생도(?) 귀엽다고는 못하겠다.


싱가포르에서도 가끔 기숙사 쓰레기통을 뒤지는 원숭이들을 만난다. 방 문을 열었을 때 복도 끝에 있던 쓰레기봉투에서 플라스틱 용기와 휴지조각들이 회오리치며 날 향해 날아오던 추억이 있다. 그 끝에는 도도하게 남은 배달음식을 먹고 있는 원숭이 두 마리가 있었다.


그들이 쓰레기를 먹지 않아도 좋았을 걸, 생각해본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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