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불평하면서도 내가 인도를 애정하는 이유

by 쭌쓰

인도 여행을 가 봤다면, 이 나라가 어마어마한 도화살을 가진 곳이라는 걸 알 것이다.


향신료와 각종 채소, 기버터가 들어간 인도 음식이 맛있음은 물론이고, 엉덩이가 절로 흔들어지는 음악과 휘황찬란한 꽃과 금 장식, 둥둥거리는 북장구 소리가 들리는 축제를 목격하는 건 참 신난다.


인도의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이 나라가 얼마나 크고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는 산성비로 인해 약간 누리끼리한 타지마할과 고산 지역에서 1년 내내 안개 속에 자라는 다젤링의 차 밭과 아마존을 연상 시킬 만큼 야자수가 뺵빽한 케랄라의 강이 전부 같은 나라라는 것은 겪어보기 전에는 알기 힘들다.


이처럼 인도는 반대되는 두 가지의 가치를 동시에 보여 주는, 마치 kaledescope과 같다. 도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고급 콘도가, 왼쪽에는 슬럼가가 있다. 죽은 자들이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바라나시에는 고급 나무를 장작 삼아 사후 세계로 가는 부자가 있는 한편, 다 무너져가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산 사람이 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빠 회사의 운전기사 아저씨의 딸은 18살이 되자마자 중매 결혼을 했다. 내 친구들은 18살이 되면 운전면허를 딴 기념으로 벤츠 미니를 선물 밭았다.


국제 학교를 다니며 자유로운 연애를 하지만 내 인도 친구 중 자신의 카스트를 모르는 아이는 없었다. 사귀게 되면 상대방의 카스트를 물어본다. 새로 산 친구의 벤츠 조수석에 앉아 나는 친구의 사촌 언니가 27살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같은 카스트의 남자랑 중매 결혼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순간들을 마주 할 때마다 "나"와 "인생"과 "세상"에 대한 사유하게 된다.

인도의 가장 큰 매력은 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언제 한번 길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다 인도 여행을 왔고, 인도에 푹 빠져 인도인과 결혼 후 두 딸을 기르시는 한국인 여성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분은 과거의 자신이 미쳤더라고, 인도의 먼지조차 그 때는 예뻤다고 이야기했다. 그 마음이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촌스럽다고 느끼던 형형색의 인도 전통 문양이 세련되어 보이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난 좋아한다.


내가 인도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깊어진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인도를 사랑하지만 그립지는 않다.

인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홀로 싱가포르로 유학을 온 지금 역시 한국을 사랑하지만 그립지는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족도 마찬가지다. 일년에 한 번씩 보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카톡과 영상 통화로 서로 간의 소통이 쉬우니 심리적인 거리감을 잘 못 느끼기도 하고, 사랑은 일상에서 그것이 내 삶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부터 우리 가족은 이사를 자주 다녔다.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지낸 중고등학교 시절은 나에게 소꿉친구라는 개념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었고, 실제로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또래 중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다.


자주 새로운 지역과 학교로 가니 어떤 장소에 대한 추억이 크게 쌓이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너무 정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한테 사랑이란 뭔가에 대해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 아이돌, 게임 등을 소위 "덕질"하며 그 분야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낸다. 나 역시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하고 나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작품과 작가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막상 콘서트나 사인회, 팬미팅이나 굿즈에 돈을 쓰지는 않고, 그 사람의 소식을 열심히 업데이트 하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난 정말 무언가를 사랑하는가?


난 Mark Zusak의 <The Book Thief>와 Charlotte Bronte의 <Jane Eyre>를 10번은 넘게 읽었다. <Book Thief>의 결말은 읽을 때마다 날 울린다.


점심 시간에 산책할 때 엄마에게 안부 문자를 날리고, 1년에 2번 뿐이지만 생일과 한국에 방문할 때는 중학교 친구에게 잊지 않고 전화를 한다. 인도 음식은 안 먹으면 계속 생각나서 나름 자주 먹게 된다. 인도의 애국가와 초등학교 때 교가를 아직 부를 수 있다.


별 거 아니지만, 조용하게 사랑해본다.

인도든 한국이든 가족이든, 편안함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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