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토마토에 중독되다

by 쭌쓰

코로나가 터지고 집에서 수업을 들으며 나와 동생은 토마토 미치광이들이 되었다.


엄마가 간식으로 토마토와 우유, 바나나를 넣어서 과일 주스를 만들어 주셨는데, 이를 계기로 우리는 수업시간 사이마다 직접 토마토와 우유를 갈아 마시기 시작했다.


검은 반점을 온몸에 휘감은, 사망 직전의 바나나 반 개의 달콤함와 우유의 고소한 부드러움, 토마토의 새콤 달달함이 어우러진 셰이크 한 모금을 머금으면 뇌를 탁 때리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토마토의 탄수화물과 바나나의 과당, 우유의 지방이 난 미치게 만들었다. Amul이라는 브랜들의 우유를 넣어 마셨는데, 지방 함량이 높은 편에 속하는 full cream milk라 그런지 패스트푸드 밀크셰이크를 마시는 수준의 포만감과 맛이 있다.


바나나를 빼도 괜찮다. 달달함이 빠진 자리를 생생한 토마토의 쌉쌀하고도 시원한 과육이 아쉽지 않게 내 혀를 즐겁게 한다.


시간이 부족해 믹서기를 미처 끝까지 기다리지 못해도 괜찮다. 마시는 도중 입안으로 툭 흘러들어오는 토마토 과육을 시판 젤리 과일주스의 알갱이처럼 즐기면 된다.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만 있으며 과자를 쉴 새 없이 집어 먹고 있었기에 이 토마토 주스를 마시며 나름 체중 조절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쉬는 시간마다 시끄럽게 믹서기를 못살게 구니 엄마가 한소리 하시기는 했다.


이렇게도 맛있는 주스를 온몸 바쳐 만들어 내는 건, 못생긴 토마토들이다.




인도에는 참 싸고 맛있는 과일과 채소가 많다. 집 근처 도로에 매일 아침 작은 장이 열리면 주변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새벽잠을 떨치고 나와 신선한 하루의 먹을거리를 사 가곤 했다.


채소 중 요리에도 많이 쓰이고 간단히 샐러드로 먹거나 갈아 마시기도 좋은 토마토를 인도 살면서 정말 원 없이 먹었다.


인도 사람들도 토마토 소비량이 많으니, 가격은 정말 싸다. 가격이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천 원 정도면 토마토 한 바구니 가득 들고 올 수 있었다.


물론 그 정도 가격의 토마토는 작고 쭈글쭈글한 개체들이 더러 섞여 있으며, 당도도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토마토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식자재 마트에서 파는 토마토들은 통통하고 둥그런 모양이며, 빨간 볼이 잘 익다 못해 불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인도에서 먹었던 토마토들은 빨강보다는 진한 주황에 가까운 색이었고 그마저도 초록빛으로 그러데이션이 들어가 있는 것도 많았다.


크기는 내 손바닥만 하고, 모양은 다소 길쭉한 타원형이다. 사실 색이나 모양, 크기 등이 일정하지 않아 같은 토마토 한 봉지라도 형제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참 못생겼다.


못생긴 만큼, 맛있다.


사람이든 토마토든 외모로 그 속살을 판단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일이다. 가격만 보고 무조건 비싼 것이 더 좋다는 공식도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인도의 토마토들은 스스로를 못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인도에 사는 이들에게 각광받는 국민 채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세상 마주하기 부끄러워 볼이 벌게진 모든 토마토들을 응원하고 싶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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