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 그리고 그 녀석
콩알이가 태어났다.
콩알이가 태어났다. 콩알이가 태어났다.. 콩알이가 태어났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더니 다시 새 노트의 첫장을 마주한 것처럼 손도 머리도 마음도 그대로 정지. 다시 써 볼까 마음을 먹었지만, 고장 난 타자기처럼 같은 자리에 물음표의 개 수만 늘어났다.
시간은 물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주지 않고 흐르고 흘렀고 여전히 흐르는 중이다.
그냥 조금씩 사라져가는 기억의 꼬리를 잡고서 더듬더듬... 그렇게 다시 시작-
이틀간의 진통과 3번의 무통주사,
여자와 남자 둘만 남겨졌던 분만실에서
예정일보다 5일이나 빠른 2014년 11월 28일 17시 41분
50cm, 3.3kg의 건강한 콩알이가 태어났다.
검붉은 핏덩이의 작고 쭈글쭈글한, 못난 녀석이 여자의 가슴 위에서 생애 첫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웃음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울음이 날 것 같기도 한, 묘한 감정들에 여자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남자는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남자의 표정이 궁금했다.
어두운 분만실의 조명 아래, 흐릿한 남자의 얼굴은 울기 직전인 것 같기도 했고, 웃기 직전인 것 같기도 했다.
내내 안절부절못하시던, 눈시울이 붉어진 엄마가 손자의 탄생을 보기 위해 분만실 안으로 들어오자 여자도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도 날 낳으실 때 이렇게 힘드셨을 테지...
녀석이 생애 첫 목욕을 하기 위해 잠시 자릴 비운 사이 여자는 출산 후 진행되는 2차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원하던 시원한 물 대신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 미지근한 물을 허락받아 들이키고 들이켰다.
잠시 후 나타난 녀석은 눈이 부셨다!
사람에게서 보인다는 후광이 이런 걸까...
여전히 작고 쭈글쭈글했지만 검붉은 피를 씻어낸 녀석은 놀라울 정도로 하얀 피부미남. 오오 대박!
녀석의 후광에 이미 '아이쿠 내 새끼'란 콩깎지를 장착하고 더불어 도치엄빠로서의 능력이 100% 상승되는 여자와 남자였다.
녀석이 품에 안겨 눈을 맞추던 꿈같았던 첫 순간을 아직 기억한다. 잊지 못할 그 기억 때문에 녀석이 아무리 속을 썪인다해도 여자는 녀석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콩알아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우리에게 오느라 고생했어.
우쭈쭈, 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