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그날 밤의 기억-
너와 만날 수 없는 상황과
너에 대한 감정은…
간간이 떠오르는 건 남자가 여자에게 무슨 말을 중얼중얼하고 있었던 장면이다. 폭풍우 수준의 비가 쏟아지던 밤이었고 여자는 술에 취해 있었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면 미묘하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던 기억인지, 처음 마음이 통했던 사람인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남자는 첫사랑을 잘 잊지 못한다고 하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처음이라는 시간적 순서가 주는 의미가 더 큰 게 아닐까. 금사빠에 팔랑귀인 여자는 첫사랑이라는 단어에 어떤 사람을 끼워 맞춰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선명하지 않은 그날 밤이 떠오를 뿐.
십여 년 전 그날 밤, 남자는 여자에게 어떤 말을 전했던 걸까, 그는 여자에게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것을 알려주마 따위의 진실이 알고 싶은 건 아니다. 블랙아웃(과음으로 인한 단기 기억 상실 현상을 이르는 말) 속으로 사라진 그날은 여자의 마음속에서 한 편의 드라마로 재편성되고 있을 뿐. 지금은 알 수 없는 남자의 진심 따위에 당시엔 쿨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까짓것 쿨 몽둥이 한방 날려보자.
담장을 수줍게 올라온 능소화 사이에서 상대를 잘못 찾은 요정 퍽의 실수,
그저 한여름 밤의 해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