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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un 15. 2023

2. 바닷가 집 구하기

나의 영도 정착기

개와 나는 이곳저곳 많이도 떠돌며 살았다. 개의 나이가 19세이니 같이 떠돈 세월만도 벌써 강산이 두 번 변한 셈이다. 개의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같이 한 시간을 기념하며 남은 시간은 평화롭고 안락한 곳에 정착하여 마무리하고 싶었다.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낸 제주도로 가면 좋겠지만 노견에겐 비행은 무리라니 최대한 제주도와 비슷한 곳을 찾아다녔다.   


원하는 집의

조건 1. 남향이고 볕이 잘 들어올 것.

평생을 이리저리 옮기며 온갖가지 거주형태에 살아보았다. 그리고 햇빛 한 조각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 미치는지도 알게 되었다. 무조건 채광이 좋고 따뜻한 곳이어야 한다.  


조건 2. 개의 눈높이로 내다볼 수 있는 발코니가 있는 곳.

개는 코를 내밀고 바깥 냄새를 맡는 걸 즐겨하고 나는 밖에 잘 나가지 않으니 내다 볼 수 있는 발코니가 있으면 좋겠다.  


조건 3.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테니 바깥 풍경이 아름다울 것.

나는 눈이 좋지 않으니 멀리 볼 수 있게 트여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인공구조물이나 건물이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풍경이면 좋겠다.  아니라면 적어도 바깥 풍경이 앞집 유리창이거나 건물의 벽만 아니면 좋겠다.


조건 4. 병원에 오가야 하니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것.

둘 다 자주 병원에 오가야 하는 처지라 시내와는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엔 영구바다 조망인 집들로 찾기 시작했는데 찾다 보니 동해나 서해 쪽은 바다가 보이면 남향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남쪽 해안 라인을 따라 포항 울산 부산 창원 통영 거제 남해 여수를 돌아다녔다. 풍경이 기막히다 싶으면 시내까지 이동이 너무 멀거나 시내에 그런 곳을 찾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시내와 가까운데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으면 너무 외지거나 진입이 안될 정도로 좁거나 주차공간이 없거나 어딜 선택해도 뭐든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춘 집이란 그냥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걸까.











개 관찰일기

 손바닥만한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몸을 뉘이는 것을 좋아하던 개.

햇빛이 움직이면 일어나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옮긴다. 그래서 늘 볕을 쬘 수 있는 발코니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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