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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ul 09. 2023

10. 영도할매귀신 해코지설은 어디에서 왔을까

나의 영도 정착기

영도에 살았던 주민이 영도를 떠나면 할매귀신의 질투로  3년 안에 망한다 라는 전설.

어디서 왔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었지만 가장 유력해 보이는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1.  봉래산의 기원

영도 할매귀신은 봉래산 삼신할매로도 불리고 봉래산 산신이라고도 불린다.  봉래산은 영도에 있는 산의 이름이며 봉래산의 뜻은  봉(쑥) 래(명아주래) 로 쑥과 명아주가 자라는 산이란 뜻이다.  상고시대엔 사람이 설사를 하면 90퍼센트가 사망했는데 쑥과 명아주를 먹으면 설사가 멎는 것을 발견하고 생명을 살리는 불로초라 여기게 되었다. 봉래산은 이 영험한 불로초가 자라는 ‘신선이 사는 신비한 산’, 그리고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모양을 하고 있어 ‘봉황이 날아드는 산‘이라 여겨져 왔다.

  

영도는 영락 없는 물고기 모양인데...









2. 영도 할매귀신의 기원


 

산제당 앞에 있는 표지판

 봉래산에는 산제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영도할매귀신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라에 진상하고 원나라에 수출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키운 군마를 영도에서 임시로 사육했는데 멀쩡히 들어온 말들이 영도를 나갈 때는 병들어 죽는 일이 많았다. 그 이유는 최영 장군의 첩이었던 탐라국 여왕이 최영 장군을 따라 영도에 와서 음해를 당해 유배되었고 그 원한으로 영도에서 군마로 나가는 말들을 죽게 했기 때문이라는 전설이 있다. 탐라국 여왕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봉래산에 사당을 지어 해마다 제를 올리게 되었는데 이곳이 이 산제당이다.







산제당으로 올라가는 길

극락암, 영광사, 호국관음사 등등 여러 신당들을 지나 젤 마지막에 있는 곳에 산제당인데 150m 남짓 거리이지만 경사가 너무 가팔라 도착할 즈음엔 속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산제당 입구



비가 오기도 했고.. 해무가 자욱이 끼여 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 분위기가 신비로우면서도 오싹해서 들어가보진 못하고 돌아왔다. 맑은 날에 다시 가보는걸로...










봉래산 할매바위 (뒤 쪽 삼각으로 솟은 큰 바위) by 하람님

봉래산 정상에는 치마폭을 드리우고 영도를 굽어보는 모습의 할매바위가 있다. 영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자식처럼 지켜주고 밖으로 나간 자식을 늘 걱정하며 치성을 올리는 모든 이에게 건강과 행운을 내리는 신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보면 영도 할매도 다른 섬들처럼 바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 여기는 것은 다름이 없는 것 같다.

 그럼 인간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설은 어디서 온 걸까.





3. 영도할매귀신 해코지설의 기원


 삼국시대에는 도참사상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는 후백제의 신성한 땅인 절영도(영도의 옛 호칭)에 사는 명마가 절영도를 떠나 고려에 닿으면 후백제가 망한다는 전설이다. 이 도참사상과 함께 탐라국 여왕의 원한으로 영도에서 군마로 나가는 말들이 죽었다는 전설이 일제강점기에 오면서 일본인들에 의해 인간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소문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영도의 옛 이름이던 절영도를 (천리마가 달리면 그림자가 끊어질 정도로 빠르다고 하여 끊을 절, 그림자 영을 썼다)  영도를 떠나면 절명한다라는 뜻의 ‘절명도’라고 바꿔 부르고 명산을 깎아내리기 위해 봉래산에 쇠말뚝을 박고 ‘고갈산’이라고 칭했다.( 2009년 영도 할매바위에서 발견된 말뚝은 현재 영도 구청에 전시되어 있다) 영도는 개항 이후 구한말 일제강점기까지 수탈 물자를 나르는 핵심 교역항이자 산업의 중심지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었기 때문에 부두 노동자를 영도에 잡아두기 위해 영도를 떠나면 화를 입는다는 가짜 설화를 만들어 퍼뜨렸다고 한다.

 소문이다 보니 백 퍼센트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여기까지 종합해 보자면 영도할매귀신 해코지설은 원래의 설화에 일본인들이 가짜 이야기를 얹어 소문을 낸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나저나 그때 만든 소문이 아직까지 전해 내려와 영도에 오래 지내지도 않은 내 귀까지 여러 번 들려오는 건 과연 일본 식민사관 교육의 대단함 때문일까.

 아니면…

 다 같이 가난하던 시절 혹여라도 영도를 떠나 잘됐다는 소문을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시기심과 질투심 그래서 '너도 영도를 떠나선 안돼'라는 마음, 혹은 영도 출신 주제에 감히 부산 도심 우리 동네에 자리 잡는 꼴을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마음. 누군가 잘되었다는 소문보다 못되었다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나갔나.    





 덧, 영도 할매귀신의 기원을 찾다 보니 재밌는 부분을 발견했다.

 영도할매귀신의 기원이 탐라국 여왕인데 우연인지 몰라도 실제로 영도에는 제주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왔고 최근 자료에도 제주출신 주민이 영도인구의 23퍼센트라고 나와있다. 그래서 영도는 ‘작은 제주’로 불리며 육지 유일한 제주도민회관이 있고 제주은행이 영업 중이다. 제주의 괸당문화까지 옮겨져 제주 출신들의 입김을 배제하고는 선거에 당선될 수도 없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영도를 보자마자 제주와 닮았다 생각했는데 선박이 떠있는 영도바다 풍경은 어딜 봐도 모래해변에 비어있는 제주 바다와 다르기 때문에 이 친숙한 느낌이 내내 의문이었다. 이제 보니 탐라국 여왕의 입김 때문이었나 보다. 제주할망을 좋아하는 나는 영도할매가 제주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니 괜스레 애틋하고 친근한 마음이 든다.




 덧덧, 영도에서도 영도할매의 이미지가 개선되어 가는 중인데


영도 할매를 캐릭터화한 영도 할매빵이다.




영도할매귀신이 안내하는 서머호러나이트 시티버스 프로그램도 생겼다. 재밌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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