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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원 Apr 26. 2017

Who is the MVP? (16/17 시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16/17 시즌 정규시즌 MVP 예상해보기

※ 주의 :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


NBA 정규리그 82 게임이 모두 끝나고 플레이오프에 돌입했다. 정규리그 MVP는 이미 결정이 났지만 Final까지 모든 일정이 끝난 뒤인 6월 27일에 MVP뿐만 아니라 모든 수상자를 발표하게 된다. 


정규 시즌보다 거칠고 치열해지는 플레이오프를 즐기면서 그냥 기다릴 수도 있지만 누가 MVP를 받을지 예측해보는 것도 NBA를 즐기는 한 가지 재미이지 않나 싶다.


우선 현재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는 두 명이 언급된다. 오클라호마의 괴인, 성난 거북이, 러셀 웨스트브룩과 털보, 농구 달인, 농구 도사, 제임스 하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은 시즌 MVP를 결정하는 데 1도 영향이 없..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명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마주쳤다. MVP 결정과는 상관없는 게임이지만 괜히 이 둘의 대결은 기대된다.


MVP 후보의 등짝


두 선수 모두 다재다능, 올-어라운드 한 공격형 가드라는 점과 팀을 이끄는 유일한 슈퍼스타(그러니까 원맨팀의 더 맨)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하지만 이 둘의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 이 둘은 어떻게 다르고 누가 더 MVP에 가까울까?


러셀 웨스트브룩 (Russell Westbrook)


우선 웨스트브룩은 별명처럼 엄청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리그에서도 최상위급의 에너지 레벨을 뿜어낸다. 그가 마음먹고 코트 위에서 속력을 올릴 땐 마치 람보르기니의 가속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 경기를 82경기 내내 해냈다. 게다가 이런 역동성과 공격력이 뛰어난 듀얼 가드, 공격형 포인트가드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지만 뛰어난 공격력에서 파생되는 그의 패싱 능력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 


MVP - Most Valuable Player. 리그에서 한 시즌 간 가장 뛰어났던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영광적인 칭호이다. MVP를 직역을 하자면 가장 '가치'있는 선수라는 뜻인데, 과연 이 '가치'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까?


잠시 기록 얘기를 해보자. 이번 시즌은 사실 좀 특별하다. 작년 400개 3점 슛 성공과 73승이라는 신기록을 목격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충격적인 시즌은 다신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내 예측은 경기도 오산이었다. 매우 섣불렀다.

61-62 시즌 빅. O로 불리던 오스카 로버트슨(Oscar Robertson)이 세운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을 55년이 지난 현대 농구에서 다시 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러셀은 31.6점-10.7 리바운드-10.3 어시스트로 55년 만에 세워진 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도 놀라운데 동시에 달성한 다른 기록들 역시 충격적이다.

득점왕(31.6점) + 단일 시즌 최다 트리플-더블(역대 신기록 42회, 종전 기록은 빅. O의 41회) + 50 득점 이상 트리플-더블 3회(역대 1위, 최초)까지, 가히 충격적이다.

(트리플-더블이란?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블락/스틸 다섯 항목 중 세 카테고리에서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야 기량이 뛰어난 한 명의 슈퍼스타가 팀을 캐리 하면서 동시에 압도적인 스탯을 쌓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전술이 발전하고 룰이 바뀌고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현대 농구는 분업화의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분업화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 한 명의 영향력보다는 팀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고 예전에는 가능했던 슈퍼스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혹자는 예전 페이스로 단순 계산했을 때 웨스트브룩의 기록은 40-13-13 쯤 될 거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트리플-더블이라는 상징적인 기록과 함께 역사적인 기록을 작성한  웨스트브룩이 MVP에 한 걸음 더 가까워 보인다.


날 막을 수 있을까?

제임스 하든 (James Harden)


제임스 하든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참 구렁이처럼 '능글맞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농구에 통달한 도인 같은 느낌마저 든다. 러셀이 기어를 올린 스포츠카 마냥 압도적인 스피드로 돌파할 때 하든은 슬금슬금 공을 튕기다가 딱 돌파하는 그 순간 본인의 최고 스피드로 수비수를 제쳐버린다. 


게다가 돌파+유로 스텝/스텝백+3점 슛 두 가지 중에 어떤 공격을 막을 것인지 2지 선다를 제시해 수비에게 강요한다는 점에서 그를 상대하는 수비수, 상대팀은 그를 막기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돌파 이후 자유투를 얻어내는 능력은 NBA 역사를 둘러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기다가 준수한 패싱 능력과 게임 운영은 그를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뛰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롱 2(3점 라인 앞에서 쏘는 장거리 2점)를 지양하고 돌파와 자유투, 속공과 3점 슛을 지향하는 플레이는 하든 개인뿐 아니라 하든이 속해있는 휴스턴이라는 팀 자체의 농구 스타일이자 전략이며 이는 야구 MLB에서 시도된 빌리 빈 단장의 기록 중심의 머니 볼(Money Ball)과 궤를 같이 하는 모리 볼(Moreyball)은 통계적 기록에 근거한 극단적 효율을 추구하는 경기 운영 방식이다. 


러셀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기록'은 러셀이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하긴 했지만 하든 역시 의미 있는 기록들을 남겼다. 시즌 평균 29.1 득점(러셀에 이은 리그 2위) - 11.2 어시스트(리그 1위, 러셀은 3위) - 8.1 리바운드로 뛰어난 활약을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며 50 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2회 기록하는 임팩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러셀은 3회) 또한 이번 시즌에 22회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단일 시즌 트리플-더블 횟수 공동 6위에 올랐다.

50점 이상 득점과 함께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경우는 역사상 단 여섯 명에 불과하며 동시에 2번 이상의 50 득점 트리플-더블이 2명 이상 나온 경우는 62/63 시즌 이후 무려 54년 만이다.


근데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이번 시즌에 단일 시즌 트리플-더블 횟수 1위를 기록한 러셀과 6위를 기록한 하든을 빼고 2위부터 5위까지는 모두 60년대에 나온 기록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엄청난, 그리고 위대한 시즌을 두 눈으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선수 모두 엄청난 기록을 달성하긴 했지만 기록이 뛰어나다고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것은 아니다. 전설의 센터 윌트 체임벌린(Wilt Chamberlain)은 시즌 평균 50 득점을 기록하고도 MVP를 탈 수 없었다. 그만큼 MVP 선정에 있어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개인 기록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팀의 성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즌 팀을 55승으로 서부 3위, 전체 승률 3위로 이끈 제임스 하든이 팀을 47승, 서부 6위, 전체 승률 10위의 러셀 웨스트브룩보다 가산점을 받는다. 실제로 시즌 중 일부 여론은 웨스트브룩이 서부 4위 정도로 팀을 이끌지 못하면 MVP는 받기 힘들고 하든이 MVP를 받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리 내!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04년과 05년에 위대한 포인트가드 스티브 내쉬(Steve Nash)가 30이 넘은 나이에 2년 연속 MVP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03년도에 겨우 29승을 했던 팀을 04년엔 62승(전체 승률 2위), 05년에는 54승(전체 승률 4위)을 하며 팀을 완전히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몇 승을 기록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즌 시작 전 팀이 어떤 기대를 받았는가, 기대 대비 어떤 성적을 거두었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이다.


사실 웨스트브룩은 시즌 막판 부상당하기 전까지 또 다른 강력한 MVP 후보였던 케빈 듀란트(Kevin Durant)와 지난 시즌까지 같은 팀으로 뛰며 원투펀치 콤비를 이루고 있었다. 이 둘이 함께 뛰던 오클라호마는 15/16 시즌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시리즈 전적 3-1 벼랑 끝으로 몰만큼 강력했다. (결국 4-3으로 역전 당해 패배하긴 했지만..)


그런데 팀의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하면서 이번 시즌은 힘들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미친 활약을 연일 펼치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고 이만큼 팀을 이끌어 온 것은 온전히 러셀의 힘이었다.


게다가 러셀은 트리플-더블을 했을 때 승률이 79%, 트리플-더블을 하지 못했을 때 승률이 33%에 불과하다. 이는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러셀이 트리플-더블을 할 정도로 큰 활약을 해야만 한다는 수치적 증거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이것은 웨스트브룩의 트리플-더블이 단지 본인만의 기록만을 위해서 농구했던 것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가 기록으로 따라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서부 6위라는 기록은 분명히 MVP가 있는 팀의 기록으로는 한참 부족해 보이지만 듀란트의 이탈로 암울한 상황에서 기록한 서부 6위는 분명히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결국 관점의 차이일 뿐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문제는 결국 어떤 관점이 MVP 선정단 100인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지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We are still Best Friends. 

저 둘은 지금은 MVP 경쟁자이자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서로를 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졌지만 한 때 팀 동료이자 친구로 그들의 우정과 동료애는 변함이 없다.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하든보다 웨스트브룩을 좋아하며 시즌 트리플-더블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나는 웨스트브룩이 MVP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하며, 때문에 MVP를 탔으면 좋겠지만 만약 제임스 하든이 MVP를 타더라도 그 역시 MVP에 가까운 선수였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그의 팬들을 축하해줄 것이다.


선수의 트리플-더블이나 득점왕, 어시스트왕 같은 기록들은 기록 자체로의 의미보다 그것들이 승리를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에서 따라온, 값진 부산물이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MVP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과연 4개월 뒤, 16/17 시즌의 MVP - Most Valuable Player 의 주인공은 누구라고 결론이 날지 정말이지 궁금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번 시즌의 MVP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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