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로케츠의 현명한 슈퍼스타 활용법
휴스턴은 이번 시즌 크리스 폴을 영입하면서 제임스 하든과 크리스 폴이라는 특급 포인트 가드를 둘이나 보유하게 되었다. 이 둘 모두 농구 도사라고 불리울 만큼 뛰어난 리딩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둘 모두 공을 소유하고 본인이 리딩을 주도할 때 빛나는 선수들이다.
때문에 과연 이 두 농구도사가 시너지가 날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듯 휴스턴 로케츠의 성적은 로케츠마냥 하늘을 날고 있다. 이것은 과연 크리스 폴과 제임스 하든의 조합 덕분일까?
일단 이 둘의 개인 스탯을 보자면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부분은 없다. 시즌이 아직 다 안지났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단순 스탯에 있어서는 소폭 상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 정규 시즌이 반 이상 지난 이 시점에 휴스턴의 승률은 어떨까? 2월 2일 현재를 기준으로 36승 13패로 승률 0.735을 기록중이다. 40승 11패로 승률 0.784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이어 동서부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휴스턴은 55승 27패로 전체 3위인 0.671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까지는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크리스 폴과 제임스 하든 이 둘의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일까?
위 도표는 휴스턴 로켓츠의 선수들을 2명씩 조합해 보았을 때 그 둘이 함께 뛴 게임, 함께 뛴 시간, 함께 생산해 낸 득점을 정리한 것이다. 이 2인 라인업을 보았을 때 하든-폴 조합은 휴스턴의 모든 2인 라인업 중에 뛴 시간도 득점도 모두 정확히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득점을 시간으로 나눠보아도 하든-폴 조합은 팀 내 4위에 불과하다.
즉, 득점 생산성만을 놓고 볼 때 하든-폴은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게임을 지켜보더라도 하든이 리딩을 하며 공격을 주도할 땐 폴이 한쪽 구석에서 대기중이고, 또 그 반대로 폴이 리딩할 땐 하든이 한쪽 구석에서 대기중인 모습을 우린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은 사실 하든과 폴 모두 S급 패서임과 동시에 S급 슈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한쪽이 리딩을 할 때 다른 한쪽은 스팟업 3점 슈터의 롤을 맡는다는게 아까운 일이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이 둘 모두 공을 본인 손에 쥐고 공격을 주도할 때 빛이 나는 선수이기 때문에 인게임에서 서로의 시너지 효과는 잘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실 성적이 잘 나오는 만큼 둘의 시너지는 큰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이 조합이 쓰이는 시간도 길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NBA 리그의 2인 라인업 중 최다 득점 상위 14조합의 평균 출장 시간은 30.4분이다. 이처럼 NBA 리그 전체를 놓고 보아도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강력한 조합들은 상당 시간을 함께 뛰면서 더 많은 득점을 창출해 낸다.
그런데 왜 하든-폴 조합은 20분 정도 밖에 뛰지 않을까..? 그건 바로 휴스턴은 이 하든-폴 조합의 사용법으로 다른 방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든과 폴의 올 시즌 스탯 중 출장 시간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제임스 하든은 경기당 평균 35.9분, 크리스 폴은 32.1분을 뛰고 있다. 실제로 이들 각자의 플레잉 타임은 결고 짧지 않다. 그런데 왜 하든-폴 조합은 고작 20.1분 밖에 함께 뛰고 있지 않는 걸까?
(하든 출장 시간) + (폴 출장 시간) - (하든-폴 동시 출장 시간) 을 계산해보자. 35.9 + 32.1 - 20.1 = 47.9
하든-폴이 동시에 코트 위에 있는 시간은 단지 20.1 분을 뛸 뿐이지만 각자 혼자 뛰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NBA의 경기 시간인 48분에 거의 근접한 47.9분이 나온다.
휴스턴은 이 둘이 함께 뛰는 시간은 20분으로 짧지만 경기 전체로 보면 거의 48분 내내 코트 위에는 폴 아니면 하든이 뛰고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48분 내내 코트 위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하고 실력있는 슈퍼스타들 만큼이나 팀의 승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벤치 자원이다.
그렇다. 휴스턴의 노림수는 둘의 시너지가 아니었다. 바로 S급 포인트 가드의 리딩을 48분 내내 유지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슈퍼스타들이 모여 만드는 "듀오"나 "트리오" 혹은 "빅 4" 등은 함께 뛸 때 시너지가 얼만큼 나느냐가 중요했다. 르브론-웨이드-보쉬가 모였던 마이애미도 서로의 롤이 어느정도 정리된 2년차에야 우승했다.
이렇게 서로의 역할에 혼선이 생기면 그것은 곧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휴스턴 로케츠는 S급 포인트 가드 두명의 조합을 기존의 방식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하든과 폴이 서로의 빈자리를 너무나도 잘 채워주고 있다.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창의적인 발상이다.
물론 이런 휴스턴의 하든-폴 조합 사용법이 주전 멤버들의 플레잉 타임이 길어지는 플레이 오프에서도 얼마나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NBA 팬으로써 나는 휴스턴의 도전을 끝까지 지켜보고 응원할 것 같다.
(스탯 자료 출처 : NBA.com , 사진 출처 :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