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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적은없다 Dec 26. 2024

카리나 붕어빵

꿈에 대해서


최근에 법인 근처에 집을 알아보다가

좋은 매물을 발견했다.

적당한 가격.

앞구르기 몇 번 하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는 거리.

집을 보고 고민 좀 하는 척하다가 계약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계약하러 가는 날.

중개사사무실 가는 길에 붕어빵집이 눈에 들어왔다.

붕세권이었는데 그동안  인생 손해 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데 힐끔 보니

사장님이 카리나를 닮으셨다.


아무튼 계약하고, 확정일자까지 받고

바로 붕어빵 집으로 향했다.

카리나를 닮은 젊은 분이 붕어빵을 만드는 것이

참으로 호기심을 유발했지만,

실례라는 것을 알기에

만들어지는 붕어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사장님의 손목을 봤는데

화상 자국들이 하얀 손목에 팔찌처럼 수놓아져 있었다.




'다쳐가면서까지 할 정도로 뭘 좋아한 적이 있었나?'






축구를 하던 시절.

물주전자 나르던 내가 감독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항상 미친 듯이 뛰어다녔던 것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걸까.

하지만 빛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어둠도 동반한다.

열정을 감당하기에는 몸이 너무 어렸었다.

통증이 있었지만 중요한 대회가 코앞이었다.

통증을 참고 뛰었고,

경기 후 통증을 마비시키기 위해 얼음찜질을 했었다.

훈련 중 전력질주를 하다가

'땋!'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대회를 뛰기 위한 짧은 재활훈련.

그 여파로 재발한 부상.


나는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다.

열정과 노력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어린 나는 방황했었다.

그 상처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꿈은 좋은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열정을 품게 해준다.

'붕어빵 만드는 것이 꿈이냐' 할 수 있겠지만

'꿈이 거창할 필요가 있나'라고 되묻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꿈일 수도 있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꿈일 수도 있다.


꿈은 때로는 잔인하다.

꿈에서 좌절했을 때 현실에서의 씁쓸함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꿈은 달콤함과 씁쓸함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그 씁쓸함을 딛고 일어섰을 때 사람은 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꿈이 무너졌을 때도

아름다울 수 있다.







손목을 보고 잡념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붕어빵이 만들어졌다.

바삭하고  꼬리까지 속이 꽉 찬 붕어빵이었다.

한입 베어 먹었을 때 매우 달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유는

팥의 달콤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꿈의 달콤함 때문이었을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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