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일본까지
"정원아, 엄마 일본 여행 가"
"언제? 나도 일본 가고 싶은데..."
6월 28일부터 30일, 2박 3일간 후쿠오카 먹방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기 중이라 함께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정원이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다.
일본으로 출발하는 날이 정원이의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아침 7시 비행기로 후쿠오카로 출발하기로 되어있었다.
"정원아, 만약에 일본 가고 싶으면 시험 끝나고 혼자 비행기 타고 올래?"
"혼자? 조금만 고민해 볼게"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가본 적은 없어서, 걱정이 되는 듯했다. 이미 수십 번의 여행 경험이 있지만, 오롯이 혼자서 항공권을 발권하고, 출국심사를 거쳐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이 많이 두려울 수 있다. 더군다나 공항으로 마중 나가지 않고 혼자서 호텔까지 찾아와야 한다고 하니, 더더욱 그러한 것 같았다.
밤새 고민을 했는지, 다음날 아침, 학교 가기 전에 정원이가 혼자 가 보겠다고 했다.
"엄마, 힝공권 예매 해줘"
"정원아, 호텔까지 정말 너 혼자 찾아와야 해."
다시 한번 다침을 받고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여행을 앞두고 설렘과 두근거림의 시간을 보냈다. 아들도 그러했겠지만, 엄마인 나도 그 마음은 같았다. 정원이에게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는 않았다. 전화도 되고, 위치 추척도 되는 앱을 설치해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미리 모색해 놓았다.
정원이는 일본 입국에 필요한 미성년자 서류도 알아보고,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가는 길도 구글맵으로 미리 찾아보는 듯했다.
드디어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는 날이 되었다. 예정대로 나는 일행들과 아침 7시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저녁에 호텔에서 만나기로 하고,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 통화를 하였다.
정원이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서둘러 공항에 왔다. 2박 3일 짧은 일정이었기에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온 여행객의 수속은 너무나 간단했다.
"엄마, 나 벌써 출국심사 끝내고 게이트 앞이야"
수화물로 보낼 짐이 없으니, 키오스크에서 간단하게 수속을 마치고, 항공권 발권을 받았다. 항공사 카운터에 갈 필요가 없었다. 늦은 오후 비행 편이라서 아침만큼 출국심사장에도 긴 줄이 없었다고 한다.
아침에 통화할 때와는 달리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니이 되는 긋 했다.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긴 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 또한 정원이의 여행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힘들다고 하지 않았다.
중3인 정원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춘기이다. 빈틈없는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10대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뺏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지켜좌 주어야 한다. 부족함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스스로 느낄 때 의견을 구하고, 도움을 청할 것이다.
오후 5시 40분, 부산 김해 공항에서 비행기를 이륙했고, 정확히 50분 후 잘 도착했다는 카카오톡이 왔다. 이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역을 빠져나와 호텔로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 로밍된 데이터를 켜고, 구글 지도로 미리 표시해 둔 호텔을 목적지로 하고, 길 찾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한 시간 정도가 쇼요 된다. 먼저 전화하지 않고, 기다렸다. 한 시간쯤 후 호텔 방의 벨이 울렸다.
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아들을 보고 안아 주었다.
경험이 중요하다. 실패의 경험도, 성공의 경험도.
가방에 일 년 치의 집을 싸서 푸껫 클럽메드로 일하러 갔던 스물다섯의 정원희가 떠올랐다. 겨우 몇 번의 해외 경험밖에 없었던 내가 처음으로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날이었다. 방콕에서 연결 편 비행기를 놓치는 바함에 마중 나오는 사람 없이 늦은 밤에 혼자서 리조트까지 찾아가야 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웬만한 장애물은 거뜬히 넘을 수 있는 멧집이 생겼다.
정원이의 이번 경험도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근력을 만드는 기회였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매 순간이 아이의 삶을 잘 운영하는 요소를 만드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