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에 100점을 더하는 ‘말’ 성적
7시39분 전화벨이 울렸다, 정원이에게 온 전화다. 아들에게 오는 전화는 놓치지 않으려고 전화벨을 따로 정했다. 함께 살고 있지 않으니,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귀하다.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아차 했다.
어젯밤, 1시 30분 독서실에서 집으로 가면서 6시 30분에 깨워 달라고 한 것이 생각났다.
정원이는 알아서 하는 아이다. 깨워달라고 요청하는 날만 깨워 준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나머지 날들은 알아서 필요한 시간에 일어나 학교에 간다. 물론 가끔 지각을 하기도 한다. 벌점을 받거나, 청소를 한다, 기분 좋을 리 없지만 늦잠 잔 것에 대한 대가이니 정원이의 몫이다.
하지만 어제는 깨워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내가 깜빡한 것이다.
“엄마, 학교 가고 있어. 할머니가 태워 주셔서. “
3분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가냐며 정원이를 나무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정원이에게 깜빡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정원이는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적이 없다. 엄마가 깨워주지 않았으니 나에게 원망을 할 법도 한데, 괜찮다고 한다.
정원이는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정원이가 교문 앞에서 선도위원으로 등교지도를 하는 날이었다. 그 시간에 늦은 것이다.
가장 속상하고 마음이 쓰이는 사람은 할머니도, 나도 아니다, 본인일 것이다.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더 이상은 말은 필요 없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할 것....
그렇게 했어야지...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이미 과거에 되어버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 중요하다, 후회 없는 미래의 시간은 지금 내가 만드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8시에 다시 정원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학교에 도착해서 등교지도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아들, 잠 많이 못 자서 피곤하지? “
“시험 끝나고 실컷 자! 지금 선도 중이야? “
정원이에게 바로 답이 왔다.
“엄마, 졸려.. 괜찮아. 시험기간이라 안 한대, 몰랐어! “
다행이다. 지각이 아니어서 했다더니.
응 맞아한다.
늦잠에 놀라 일어나고, 허겁지겁 챙겨 나온 손자에게 옛날 사람인 할머니는 하나마나한 잔소리를 한다. 그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그건 그냥 엄마의 성향인 거니까.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아무 일도 아닌 일이 될 텐데.. 말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다 하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한다. “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탕발림으로 잠시 모면하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는 않을지,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를 생각해 가며 말해야 한다.
정원이와 함께 한 여행에 대한 책의 원고를 쓰고 있다. 정원이는 여행을 하면서 큰 성장을 했다. 교실 밖 모든 곳이 정원이에게 배움의 공간이었다.
'성적'에 대한 주제의 꼭지를 쓰고 있다. 학교 성적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말'에 대한 성적을 준다면 정원이에게 100점에 또
100점을 더해 주고 싶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며 정원이가 배운 것이다. 정원이는 교실 밖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많다. 어른들의 행동과 말을 보면서 배운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옳지는 않다. 정원이의 눈으로 본 것, 들은 것으로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다행이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