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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술샘 Sep 14. 2023

새 우쿨렐레를 갖고 싶어요

미션을 완성하는 경험은 자신감을 만든다

정원이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우쿨렐레를  방과 후 수업으로 배웠다. 정원이가 배운 첫 번째 악기였다.

우쿨렐레 선생님은 정원이에게 처음으로 음악의 세계를 알려주신 분이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우쿨렐레를 배웠다. 선생님이 학교 방과수업을 그만하게 되었을 때도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레슨을 받았다.  피아노, 플루트 등 호기심이 생기는 악기가 생길 때마다 정원이의 좋은 음악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우쿨렐레를 배운 지 2년쯤 되었을 때, 정원이는 새로운 우쿨렐레를 갖고 싶다고 했다.

"엄마, 선생님 우쿨렐레처럼 소리가 좀 더 좋은 악기를 갖고 싶어요."

"그럼, 한번 악기를 보러 갈까?"


창원에 있는 악기점에 가서  여러 가지 우쿨렐레를 구경하고, 연주도 해 보았다. 맘에 드는 악기도 하나 정했다. 바로 사줄까 생각하다가 마침 멕시코 크루즈 여행을 앞두고 있어, 다녀와서 사기로 했다. 미션을 한 가지 제안했다.


"정원아, 여행 다녀와서 엄마가 새 악기 사 줄게, 대신 미션이 있어"

"응, 뭔데?"

"여행 갈 때 우쿨렐레를 가지고 가서, 사람들 앞에서 세 번 연주를 하면 미션 성공이야, 어때?"

잠시 생각을 하던 정원이는 좋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 그러면 , 선생님이 쓰시는 악기 내가 사면 안 돼? 선생님 우쿨렐레가 좋아."


우리의 협상은 그렇게 진행되었고, 로스 앤 젤러스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타는 여행에 우쿨렐레를 가져가게 되었다. 악기를 배낭처럼 배고 다녔는데 그것부터가 정원이에게는 미션이었던 것 같다. 우쿨렐레 가방이 무겁고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밤낮이 바뀌는 시차에 피곤한 정원이에게는 그 가방조차도 짐처럼 느껴졌나 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가방을 메고 펄쩍 뛰어다니다가, 잠이 오면 나한테 가방을 던져 주었다.


"정원아, 이러면 미션 실패야, 연주를 하기 위한 악기를 잘 가지고 다녀 아지."


열 살도 안 되는 꼬맹이었는데, 냉정하게 말하는 엄마가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의 공연을 하는 미션에는 세부적일 조건도 있었다. 열사람 이상이 모여 있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정원이와의 협상의 조건은 대부분 나의 제안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동의한 내용으로 미션을 정한다. 나는 절대 강요하지 않는 엄마라고 생각하지만, 이 부분을 정원이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는 궁금하다.  입장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원이의 첫 번째 시도는 로스앤젤러스 항구에서 크루즈 승선을 기다리는 줄을 서 있을 때였다. 열사람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우쿨렐레를 꺼내서 연주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쿨렐레 가방을 열어 꺼낼까 말까를 여러 차례 반복을 하더니 끝내는 꺼내지 못하고, 배를 타게 되었다.

"엄마, 지금 할까?"

"그래, 해 보자"

"엄마, 안 되겠어"

"그래, 그러면 나중에 다시 해보자"


지켜보았다. 하겠다고 하면 응원해 주고, 못했을 때는 용기를 주었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원이의 몫이었다.


일주일간의 크루즈 여행을 하는 동안, 수십 번의 시도를 계속해서 했다. 함께하는 여행 회원들도 정원이가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었다. 시도했다가 결국 해내지 못하고, 다시 가방 안으로 들어가는 우쿨렐레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지만,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스스로 끝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마침내 세 번의 미션을 끝냈다.


미션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내었다 접었다 했다를 반복한 정원이의 마음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하다.

'내가 너무 매정한 엄마인가?, 힘들면 끝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미션을 끝냈으니, 이제 더 이상 우쿨렐레를 꺼내지 않을 줄 알았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정원이는 세 번의 연주보다 더 자주 연주를 했다. 가방에서 우쿨렐레를 꺼내는 일이 더 이상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자유로워 보였다.  몇 번의 더 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으니,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었다. 용기를 넘어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경험이 중요하다. 실패도 성공도. 도전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은 말로 들어서는 알 수 없다.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힘들지만, 해 낼 수 있었다는 경험은 정원이가 가 보지 안은 길, 해 보지 않은 일을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는 방법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을 도전하는 것이다. 해 낼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익숙해지고 나면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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