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위기는 방향전환의 기회를 만든다
한 달 전쯤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클래스101에서 온 마케팅 메일이었다. '강의 제작 미팅'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마케팅 메일을 받는다. 내용도 열어보지 않고 휴지통으로 보내는 메일이 대부분이다.
'강의 제작'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메일을 열었다. 처음에는 나를 알고 보낸 메일인가 생각했다. 23년 차 강사, 작가로 활동하는 나를 알아보고 제안하는 줄 알았다.
메일을 읽어보니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광고성 메일이었다. 링크를 누르고 미팅 신청서를 제출했다. 달력에 미팅 날짜와 시간을 적고 저장했다. 알람 설정도 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수십 통의 이메일 속에 클래스 101에서 보낸 메일일 눈에 띈 것은 나의 방향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2003년 대학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지방에 있는 한 개 대학에서 한 과목을 맡았다. 가장 많이 했을 때는 네 대의 대학에서 20학점, 주 20시간 강의를 한 적도 있다. 바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하며, 박사과정까지 하던 시기였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자고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했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었다면 더했을지도 모른다. 강의를 하는 곳을 찾아가야 했다. 한 강좌를 들을 수 있는 있는도 미리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전국을 다니는 강사를 '보따리 장사'라고 불렀다. 보따리 장사의 꿈은 한 학교의 붙박이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2008년 박사 학위를 받고 2009년 마산대학교 전임교수가 되면서 '보따리 장사'를 끝내게 되었다. 더 이상 전국의 대학을 돌아다니지 않고, 한 학교에서 20학점 내외의 수업을 했다. 혼자 쓸 수 있는 연구실도 생겼다. 보통 시간 강사들이 학교에 강의를 하러 가면 강사 휴게실에서 그야말로 잠시 휴식하고 강의하러 간다. 내 책상이라고 정해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가방에 필요한 것을 모두 넣고 다녀야 한다.
마산대학교 나의 연구실은 큰 책상과 테이블이 네 개나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도 있었다. 내가 필요한 모든 것들은 연구실에 두고 책 한 권, USB 하나만 달랑 들고 강의실로 가서 수업했다. 수업할 과목도 내가 정하고 만들면 된다. 시간강사의 강의는 정해진 수업에 자신을 맞추는 일이다. 필요한 수업을 미리 정해두고 그것에 맞는 강사를 섭외한다. 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겠냐고 연락 오면 내 전공의 범위 내에서 웬만하면 다 맞춘다.
대학교수의 생활의 행복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학교 직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 싫었다. 내가 좋아한 것은 강의였다.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이 있는 삶, 휴일, 주말, 심지어 방학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았지만 그만하고 싶었다.
2016년 1월 남편의 트럭에 연구실의 내 짐을 싣고 집으로 왔다. 7년간의 대학교수 생활을 정리했다. 앞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정했다. 강의를 계속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마산대학교를 끝으로 더 이상 대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하지 않았다. 성인들을 위한 강의만 하기로 했다. 당시에 시간 강의를 하고 있던 다른 대학의 강의도 모두 정리했다. 창원대학교 평생교육원의 강의는 지금까지 16년째 계속하고 있다. 또한 강의를 위한 강의 공간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강의를 위한 공간을 만들면 나는 그곳에만 머물러야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전국 어디라도 내가 필요한 곳은 찾아다니며 강의했다. 하는 일을 그대로이고 방법과 대상만 바뀐 것이다.
2020년 2월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예전에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기였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하던 일을 온라인으로 하기 시작했다. 나도 동참했다. 줌, 유튜브, 인스타그램, 밴드에서 사람들과 소통했다. 각 플랫폼들의 라이브 기능을 사용했다. 내가 오프라인에서 하던 일을 어떤 방식으로 온라인으로 옮겨갈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모두가 처음이었기에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씩 나만의 방식으로 시도해 보았다.
코로나 때 시작한 아침 영어수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줌 방식으로 책 쓰기 코칭을 하는 것도 최적화 시켰다. 아직도 오프라인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와인 수업에 대한 숙제가 남아 있다.
창원대학교에서 와인 수업을 매 학기마다 강의하고 있다. 16년째이다. 낮 방과 저녁반이 진행되다가 지금은 저녁반만 운영한다. 강의가 오픈되면 대기자가 꽉꽉 찰 정도로 학생들이 많았고 인기 있는 강좌였다. 이제는 최소 인원만 겨우 모집되어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3년 안에 이마저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55세가 되면 매주 출강해야 하는 강의는 정리할 생각이다. 3년 남았다.
23년 차 강사로서 내가 하는 일을 바뀌지 않았지만 일하는 방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강의장이냐, 온온라인이냐의 차이지만 라이브로 강의를 하는 것은 같다. 라이브로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 시간에 내가 반드시 강의를 해야 한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기 시작하면서 콘텐츠를 영구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매력을 느낀 기 시작했다.
와인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전자책으로 쓰기로 했다.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50권의 시리즈를 완결하려고 한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강의했던 내용,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필요로 하는 부분의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 텍스트 중심의 책을 만든다. 공부 잘하는 친구의 노트를 빌려 공부한다는 콘셉트를 담았다. <와린이를 위한 와인노트 21>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다음 스텝으로 동영상 제작을 계획했다. 책으로만 부족한 부분을 내가 7~8분짜리 영상으로 제작해 올려놓으면 언제라도 필요한 부분을 볼 수 있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영상으로 와인 강의를 모두 만들면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오프라인 강의는 정리할 수 있다. 더 이상 수강생이 없어 폐강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내가 미리 준비한다.
https://jjwonhee.upaper.kr/content/1188204
이 책은 20년 넘는 시간 동안 소믈리에, 바텐더, 그리고 와인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
jjwonhee.upaper.kr
어제 클래스101 강의 제작 미팅을 했다. 계획만 하고 있던 이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내가 원하는 대로 강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영상 제작을 한다. 클래스 101 플랫폼에 올려 구독자들에게 노출시킨다. 내가 만든 자료를 2차 가공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도 가능하다. 내가 찾고 있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