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에 집을 떠나 독립했다. 부모님을 떠나 살게 된 것이지 완전한 경제적 독립은 아니었다. 학교 앞에서 자취방으로 이사하던 날, 아버지는 나에게 카드 하나를 만들어 주셨다. 언제든 필요할 때 쓰라고 했다. 엄마 몰래 주신 카드다. 나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아버지께 카드 하나를 만들어 드렸다. 거의 쓰지 않으시지만 그냥 그 카드를 지갑에 넣어 두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시기를 바랐다. 내가 그랬듯이.
아버지는 새로운 것, 낯선 것을 좋아한다. 나의 여행 DNA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확신한다. 수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원양어선의 타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는 할머니의 만류에 꿈을 접었다. 배를 타고 일이 위험하다며 극구 말리셨다 한다.
아버지는 새 옷, 새로운 음식 좋아하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 한 벌 사고, 그 계절에만 나오는 음식 챙겨 먹는 것을 즐거워하신다. 엄마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가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움직이기를 원한다. 완전히 다른 두 분이 오십 년 넘게 살아오신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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