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능성을 한게짓지 않는다

by 여행하는 술샘

금요일 아침, 책상 정리 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기다리던 날이었다. 오전에 있을 두 개의 미팅. 오프라인에서 하나, 온라인으로 하나이다. 콧노래를 나게 한 이유는 미팅이아니라, 미팅 이후에 있을 오후 일정때문이었다.

검은 카고 팬츠에 검은 반팔 티, 그 위에 짧은 청재킷을 걸쳤다. 밝은 회색 칼라의 맨투맨 티셔츠를 청재킷 위로 어부바 해서 걸었다. 누가 봐도 미팅을 위한 복장은 아니었다. 대구에서 있을 오후 시간을 위해서다. 다행히 두 미팅은 가볍게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여서 따로 정장을 챙기지는 않았다.

두 개의 미팅을 끝내고, 밀양역으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기차를 타기 위해서다. 창녕에서 30분 운전하고 와서, 다시 동대구행 기차를 타야 하지만,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좋다. 창녕에서 대구는 고속도로로 20분이면 진입한 수 있지만, 그로부터 몇 배의 시간을 더 써야 대구 어딘가의 목적이제 다다를 수 있다.

itx 열차로 동대구역에 도착해 광장 서쪽으로 걸어갔다. 신세계백화점 입구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로 8층까지 올라갔다. 신게계 아카데미 나의 목적지였다. 기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수업이 막 시작되고 도착했다. 무거운 철제무을 두 번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나와 눈을 맞췄다. 준비해 간 운동화로 갈아 신고 재킷을 벗었다. 대열에 끼여 발을 움직였다.

난생처음 도전하는 댄스. 세상 가는 몸치라 자부하는 '나'이지만, 음악에 맞춰 폼 나게 추고 싶은 마음까지 없는 건 아니다.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수강신청이다. 가깝게 지내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함께 하자고 해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되었다.

서른두 가지의 기본 동작이 있다고 들었다. 12회의 수업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1분간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하는 거다.

가끔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 개인기를 펼쳐야 할 때가 있다. 몸으로 하는 어떤 것에도 자신이 없어 그런 자리가 있을 때마다 거절하는 게 괴로웠다. 잠깐이라도 나가서 보여주고 들어오고 싶었다.

'셔플댄스' 2회차 수업을 마치고 나니. 희망이 보인다. 선생님의 앞선 동작을 따라 하고, 음악에 스텝을 맞춰본다. 소질 없다고 손사래 치지 않아 얻은 기회이다. 우리는 못한다고, 안될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한 번도 배워보지도 않고, 꾸준히 연습도 안 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지. 어쩌면 나도 그간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몰랐던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착각도 했다. 이번달에 처음 수강을 한 사람들의 동작들을 봐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안이 된다.

나 자신을 자주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내는 시간들은 언제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알아낸 내 모습이 전부라는 생각을 하면 나는 더 이상 나아질 수도 변화할 수도 없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한정 지으면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다. 20대에 50개국 이상의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당시의 경험으로 내가 아직 모르고 있는 세상이 여전히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잘 모르는 무언가에 호기심이 생기면 언제든지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의 사람들의 이야기 듣는 것을 즐긴다. 내 것으로 가지고 올 거리가 한 개 이상은 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프레임 안에서는 절대 떠올릴 수 없는 아이디어이다.

그런 사람으로 살지 않는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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