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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술샘 May 29. 2023

크루즈, 다른 문화를 경험하다

크루즈에서 뭐 하고 놀지? 오전 편

"크루즈 여행 지루할 것 같아요"

크루즈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런 걱정을 한다. '하루 종일 배 안에서 뭐 하고 놀지?'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지루함'이란 떠올릴 수 없는 단어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놀든,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을 하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크루즈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가 있는 크루즈 여행!!!

24시간 동안의 크루즈 라이프를 한 번에 다 보여주기는 어려우니 우선, 오전 시간에 뭐 하고 노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전날 밤 배달된 신문에 해 뜨는 시간을 확인한다. 선상신문의 가장 첫면에 있다. 발코니 캐빈에서 지낸다면 내 방에서도 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방향에 따라 해 뜨는 것을 못 볼 수 있으니, 우선 20분쯤 전에 배의 가장 꼭대기층 갑판으로 올라간다.

우리나라에는 해돋이 명소가 많다. 사람들은 산 정상에서 보는 해, 바다에서 보는 해를 좋아한다. 매일 아침 뜨는 해이지만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는 해는 정말 웅장하다.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해 보러 가실 분 15층에서 만나요"

대부분의 크루즈 여행을 어린 아들과 했던 나는 함께 해를 보러 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해돋이보다는 잠을 더 좋아하기에. 룸에이트, 내가 함께 온 친구가 아니어도 된다. 채팅방에 함께 해돋이를 하러 가자고 알리면 된다.

배의 가장 높은 층 갑판에 올라가니 이미 트랙을 따라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을 따라 돌다 보니,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에서 해가 서서히 모습을 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모두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잠자는 아이들을 두고 빠져나온 엄마는 잠깐의 자유를 누린다. 30년간 출근을 준비하며 보냈던 분주한 일상을 떠나,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일출을 보고 나서, 조금 더 운동을 하고 싶은 이들은 운동시설이 가득한 체육관으로 향한다. 크루즈 꼭대기 층, 가장 앞 쪽에 위치한 짐 GYM에서 러닝머신을 타면, 바다를 향해 뛰어가는 기분이다. 평소에 운동을 잘하지 않는 나도 러닝 머신 위를 오르락내리락한다. 그저 기분을 느껴보기 위한 행동이다. 미리 일정을 확인하고 요가 클래스나 파워 워킹 등을 신청할 수도 있다. 5달러 정도의 유로 프로그램이지만, 전문가의 지도로 운동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이렇게 새벽 시간을 보내고 나면 배가 고프다. 일출을 즐기고 운동을 마친 사람들도, 이제 막 잠엣서 깬 사람들도 식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통창으로 바다뷰를 볼 수 있는 창가가 가장 인기 있는 자리이다. 음식을 다 먹고도 커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점심시간이 되어버린 적도 있다. 네 시간의 아침시간, 바쁘게 챙겨야 할 아침 일상이 없는 시간들이 진정 소중한 여행의 부분이다.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여러 곳이다. 배의 규모에 따라 두 곳에서 세 곳 정도 된다. 뷔페 레스토랑이 음식의 가짓수가 조금 더 많지만  메뉴의 종류는 크게 다르지 않다. 테이블에서 메뉴를 주문해서 먹는 서비스 형태와 직접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며칠을 머무는 크루즈를 탄다면 매일 다른 곳을 가 보면 좋다.

새벽부터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약간 피곤할 수도 있다. 방에 들어가 잠시 쉬어도 좋고, 크루즈 곳곳에 있는 소파에서 잠시 조는 것도 좋다. 밤까지 이어지는 스케줄을 잘 즐기려면 틈틈이 충전할 필요가 있다. 만약 아침을 많이 먹어 배가 부르다면 소화를 얼른 시키고 다시 점심을 먹어야 한다. 각 층에서 열리고 있는 댄스 클래스의 프로그램을 찾아가 보자. 마음에 드는 댄스 클래스가 있으면, 선상신문에서 시간과 장소를 확인한다. 보통 크루즈 여행을 위해 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맛보기로 조금씩 배워보고, 취향에 맞는 댄스를 골라보면 어떨까?

춤추는 것에 관심이 없다면, 수영장, 또는 자쿠지를 가도 좋다. 날씨에 상관없이 실내외 수영장이 여러 개 있으므로 크루즈 여행에서 수영복은 필수다. 암벽등만, 집라인, 범퍼카, 서핑 등 배 안에서 할 수 있는 넘쳐난다. 가는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크루즈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내가 타게 될 크루즈의 시설을 미리 일아보고 가면 크루즈에서 머무는 동안 더 효율적으로 크루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날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기항지 관광을 할 준비를 한다. 크루즈는 밤새 다른 곳으로 옮겨 준다. 짐을 싸거나 차를 옮겨 타는 수고로움 없이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이다. 크루즈에서 일상을 살면서, 지상여행을 함께 하는 여행이다. 크루즈의 전체 일정을 살펴보고, 시간을 잘 안배하는 것이 좋다.

7월의 뜨거운 날에 떠났던 나의 첫 지중해 크루즈 여행은 매일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7박 8일 일정 중 모두 여섯 번의 기항지 관광을 하느라 정작 크루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유명한 곳 위주로 기항지 관광 코스를 정하다 보니, 멀리 가야 해서 아침 시간이 너무 바빴던 것 같다.


여덟 번의 크루즈 여행으로 이제는 조금 더 나은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들이 앞으로도 무수하게 펼쳐지겠지만,  내가 잘 몰라서 경험해야 했던 시간들을 최대한 아껴주고 싶다.

크루즈의 오전 시간들은 이렇게 흘러간다.  각자의 보폭대로 취향대로 보내면 된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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