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 지정제가 무엇인가요?

- 우종진 변호사의 시사 속 법률 이야기

by 우종진 변호사

1. 들어가며 — 왜 갑자기 기름값에 상한이 생겼나?


2026년 3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순식간에 리터(ℓ)당 2,000원 문턱에 육박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긴급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즉시 시행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러한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에 대해 많은 분이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정부가 마음대로 기름값을 정해도 되는 건가요?"

"법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는 건가요?"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요?"


이번 글은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의 법적 근거와 위반시 제재, 역사 등을 최대한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2. 석유 최고가격제의 법적 근거


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


이 제도의 1차 법적 근거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 제23조입니다. 이 조항의 정확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석유사업법 제23조(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등)
① 산업통상부장관은 석유의 수입ㆍ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등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국민생활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석유제품의 국제가격 및 국내외 경제 사정을 고려하여 석유정제업자ㆍ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의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다.
② 산업통상부장관은 제1항에 따라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하였을 때에는 이를 고시하여야 한다.
③ 정부는 필요 시 제1항에 따른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 지정으로 인하여 석유정제업자ㆍ석유수출입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


위 법률의 핵심은 '산업통상부장관'이 별도의 국회 입법 없이 '고시'만으로 가격 상한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번 조치는 새로운 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법률상의 권한을 29년 만에 행사한 것입니다.


나.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2조


또 하나의 법적 근거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물가안정법') 제2조가 있습니다. 이 조항은 석유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특히 중요한 물품'에 대해 정부가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 있는 일반적 권한을 부여합니다.


물가안정법 제2조(최고가격의 지정 등)
① 정부는 내우외환, 천재지변, 긴급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특히 중요한 물품의 가격, 부동산 등의 임대료 또는 용역의 대가에 대하여 최고가액(이하 “최고가격”이라 한다)을 지정할 수 있다.
② 최고가격은 생산단계ㆍ도매단계ㆍ소매단계 등 거래단계별 및 지역별로 지정할 수 있다.
③ 정부는 제1항에 따라 지정한 최고가격을 계속 유지할 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할 때에는 지체 없이 폐지하여야 한다.
④ 정부는 제1항 또는 제3항에 따라 최고가격을 지정하거나 폐지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고시하여야 한다.


물가안정법은 1975년 제정된 이래 무연탄·연탄 등에 산발적으로 적용되어 왔으며, 이번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의 경우 석유사업법 제23조가 보다 직접적인 특별법적 근거로 작동합니다. 두 법이 모두 법적 근거로 거론되는 이유는, 어느 법을 근거로 하느냐에 따라 주무부처(산업통상자원부 또는 기획재정부)와 제재 수단(벌칙 또는 과징금)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 두 법률의 관계: 특별법과 일반법


석유사업법 제23조는 '석유'라는 특정 물품에 관한 특별법 조항이고, 물가안정법 제2조는 물가 전반에 관한 일반법 조항입니다. 법해석 원칙상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므로, 석유 가격의 규제에는 석유사업법이 주된 근거가 됩니다. 이번 정부 고시 역시 석유사업법 제23조를 법적 근거로 명시하였습니다.


3. 최고가격을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


이 제도는 '권고'나 '가이드라인'이 아닙니다. 형사처벌 뿐만아니라 행정제재까지 뒤따르는 매우 강력한 제도입니다. 위반 시의 제재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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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형사처벌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양벌규정


석유사업법 제45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0. 제39조제1항제5호부터 제7호까지 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행위의 금지를 위반한 자


석유사업법 제39조(행위의 금지)
① 석유정제업자ㆍ석유수출입업자ㆍ국제석유거래업자ㆍ석유판매업자ㆍ석유비축대행업자 또는 석유대체연료 제조업자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제1호 및 제4호에 따른 영업시설의 종류 및 설치ㆍ개조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6. 제23조에 따른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위반하여 석유를 판매하는 행위


석유사업법 제48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4조, 제44조의2, 제45조, 제46조 또는 제47조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나. 행정 제재 - 등록취소, 영업장 폐쇄, 6개월 이내 사업정지, 사업정지에 갈음한 과징금


석유사업법 제13조(등록의 취소 등)
① 산업통상부장관은 석유정제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석유정제업의 등록을 취소하거나 그 석유정제업자에게 영업장 폐쇄(신고한 사업자에 한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다만, 제1호 또는 제3호부터 제5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장 폐쇄를 명하여야 한다.
15. 제39조에 따른 행위의 금지를 위반한 경우


석유사업법 제14조(과징금)
① 산업통상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석유정제업자ㆍ석유수출입업자ㆍ국제석유거래업자 또는 석유판매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3조에 따른 사업정지처분을 갈음하여 2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영업시설 개조나 착색제(着色劑)ㆍ식별제(識別劑) 제거 등을 통하여 가짜석유제품을 제조ㆍ판매한 경우 등 산업통상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석유정제업자가 제13조 제1항제7호부터 제12호까지, 제12호의2 및 제13호부터 제15호까지의 규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④ 제1항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하는 위반행위의 종류와 위반 정도에 따른 과징금의 금액, 제2항과 제3항에 따른 과징금의 산출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산업통상부령으로 정한다.
⑤ 산업통상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과징금을 내야 할 자가 납부기한까지 과징금을 내지 아니하면 국세 체납처분의 예 또는 「지방행정제재ㆍ부과금의 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수하거나,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과징금부과처분을 취소하고 제13조에 따라 석유정제업ㆍ석유수출입업ㆍ국제석유거래업 또는 석유판매업의 사업정지처분을 하여야 한다.
⑥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부과한 과징금 중 산업통상부장관이 징수한 금액은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에 따른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이하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라 한다)에 귀속되고,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징수한 금액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다.


4. 이 제도의 역사 — 왜 '30년 만에 부활'인가?


이 법 조항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0년입니다. 그러나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되었다가, 2026년에 29년 만에 다시 발동되었습니다. 아래 표를 통해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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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유가 자유화는 WTO 체제 편입과 시장 자유화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정책 전환입니다. 이후 정부는 유가가 급등해도 '세금 인하(유류세 인하)', '비축유 방출', '정유사 압박' 등 간접 수단을 주로 사용해 왔습니다. 최고가격제는 법은 살아있었지만 사용하지 않던 '비상용 칼'이었던 셈입니다.


5. 지금 실제로 어떻게 시행되고 있나?


가. 1차 최고가격 (2026년 3월 13일 0시 시행)


아래 고시를 통하여 정유사(석유정제업자)가 석유판매업자(주유소) 및 실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석유제품의 공급가격의 최고액이 설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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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격 조정 메커니즘


▶ 최고가격은 2주 단위로 재지정됩니다.

▶ 조정 기준: '제세금을 제외한 1차 최고가격'을 기준으로 '직전 일정기간 국제제품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산정합니다.

▶ 국제석유제품 가격지표: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게시된 가격지표를 활용합니다.

▶ 2차 최고가격은 2026년 3월 27일 조정 예정입니다.


다. 정유사 손실 보전


최고가격이 정유사 원가보다 낮을 경우, 정유사는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석유사업법 제23조 제3항에 따라 정부가 분기별 사후 검증을 거쳐 재정으로 손실을 보전합니다. 정유사 손실 입증 → 최고액정산위원회 전문가 검증 → 정부 보전의 절차를 거칩니다. 유가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이 상당해질 수 있다는 점은 제도의 한계로 지적됩니다.


라. 수출 제한 조치 병행


정유사가 국내 공급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을 전년도(2025년) 동기 수준으로 제한하는 별도 조치도 함께 시행됩니다.


6. 마무리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국내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라는 측면에서, 또 한편으로는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석유 최고가격제도의 시행은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와는 별개로,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 유가가 조속히 안정되어 서민경제가 하루빨리 안정화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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