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형사 전문 변호사의 사건 이야기
그날 밤, 골목에는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겨울바람은
바다 냄새를 품고 도시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염분과 차가움이 섞인 그 바람은
사람의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며 지나간다.
그 바람 속에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남자는 호텔 건물 외벽을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을 비볐다.
다시 올려다본 순간
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8층.
창문 밖에
사람이 있었다.
여자였다.
여자는
창문 바깥쪽 벽면에 몸을 걸친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옷은 거의 입지 않은 상태였고
긴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손은 창틀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거의 공중에 떠 있었다.
조금만 힘이 빠지면
바로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자세였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여기… 사람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여자가… 창문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 신고 전화는 몇 분 뒤 경찰과 소방관을 불러왔다.
소방관이 도착했을 때
여자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창밖으로 나온 채
옆 객실 창문 쪽으로 몸을 이동하려 하고 있었다.
창문과 창문 사이를 옮겨 다니는 모습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듯이.
혹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이.
소방관이 팔을 뻗어 여자를 잡으려 하는 순간
여자는 저항했다.
심하게.
구조를 거부하듯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소리가 났다.
말은 아니었다.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내는
낮고 거친 괴성이었다.
그 소리는
겨울 골목의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결국 소방관과 경찰관 여럿이 달라붙어
그녀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여자는 방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한참 동안 멈추지 않았다.
공중을 바라봤다.
허공을 향해 손짓을 했다.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혹은
누군가에게서 도망치는 것처럼.
경찰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말도 하지 못했다.
곧 수화 통역사가 불려왔다.
통역사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여자는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이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보는 것처럼.
아무도 볼 수 없는 무언가를.
통역사가 손을 움직였다.
여자는 한참 동안 허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짧은 문장을 만들었다.
통역사가 입을 열었다.
"남자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남자가 나를 강간했다."
그 말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수사기록을 꼼꼼히 읽다 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날 밤 현장에서 작성된 최초 사건 발생보고서.
거기에는 다른 문장이 적혀 있었다.
"비장애인 남성 2명이 나를 강간하려 하였다."
남성 1명이 아니라 2명.
강간을 당했다가 아니라
강간하려 하였다.
나는 그 문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점을 찍었다.
그날 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본 작품은 상상력과 문학적 재구성을 바탕으로 창작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사건, 배경 등은 모두 소설적 표현을 위해 구성된 것이며,
실제 인물이나 실제 사건과의 유사성은 의도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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