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매달린 여자 제1화

강간범이 아닙니다.

by 우종진 변호사

구치소는 항상 같은 냄새가 난다.

소독약과 오래된 공기가 섞인 냄새.

처음 왔을 때는 낯설었는데

이제는 그 냄새를 맡으면 자동으로 모드가 바뀐다.

일 모드.

아니, 정확히는

이 사람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모드.


접견 요청이 들어온 것은

겨울 어느 날이었다.

구치소 측을 통해 전달된 짧은 메모.

피고인의 이름.

그리고 한 줄.


"꼭 만나고 싶습니다."


형사 전문 변호사를 하다 보면

이런 요청은 종종 온다.

억울하다는 사람들.

죄가 없다는 사람들.

그중에서 실제로 억울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만나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일단 갔다.


접견실에 들어서자

피고인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른 중반 정도.

지친 얼굴이었다.

면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

구금된 지 한 달이 된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는 내가 들어서자마자

허리를 깊이 숙였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어떻게 저한테 연락을 하셨습니까."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같은 방에 있는 분이…

변호사님 이름을 알려줬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구치소 안에도 입소문이 있다.

그 입소문이 나쁜 방향으로 퍼지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노트를 펼쳤다.


"말씀해 보세요."


그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잘못한 건 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약을 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강간은 아닙니다."


형사 변호사를 오래 하다 보면

"저는 강간범이 아닙니다"라는 말은

자주 듣게 된다.

억울한 사람도 있고

억울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접견실 안에서는

그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들을 때

바로 믿지도 않고

바로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저 듣는다.

그리고 기록을 본다.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천천히.


며칠을 함께 있었다고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여자 한 명과 트랜스젠더 한 명.

둘 다 귀가 들리지 않았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휴대전화 화면에 글을 써서 대화를 했다.


세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돌아다녔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소유의 노란색 차.

조수석 문이 고장 나 있었다.

그들은 그 차를 타고

겨울 도심을 달렸다고 했다.


나는 그 장면을 잠시 머릿속에 그렸다.

고장 난 조수석 문.

겨울밤.

서로 말을 할 수 없는 세 사람.

하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세 사람.

그 그림이 묘하게

슬프기도 했고

위태롭기도 했다.


접견이 끝나고

구치소를 나오면서

나는 파일을 펼쳤다.

수사기록 표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장애인 강간 등 상해)


나는 그 문장을 잠시 바라봤다.


장애인.

강간.

상해.

이 세 단어가 하나의 공소사실에 붙는 순간

재판은 시작 전부터

이미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변호인이 무슨 말을 해도

처음의 이미지가 먼저 작동한다.


나는 기록을 계속 읽었다.

그러다 멈췄다.


범죄 전력 항목.


장애인강간.

징역 5년.

형 집행 종료 후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은 혐의.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흔들렸다.

의뢰인 앞에서는 보여주지 않을 흔들림이었지만

혼자 있는 순간에는

그 기록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같은 죄목.

같은 피해자 유형.

이걸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지만.


피고인의 이야기는 매번 같았다.

내가 아무리 다른 각도에서 물어봐도

그 이야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세부적인 사실들이 맞아 들어갔다.

고장 난 조수석 문.

며칠을 함께한 시간.

휴대전화 화면으로 나눈 대화들.


사실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창조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


"검사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너는 내가 반드시 죽여버린다."


수사 검사가 피의자에게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다.

특히 동종 전과가 있는 피의자라면.

수사기관은 기록을 먼저 본다.

그리고 기록이 그 사람을 만들어버린다.


나는 기록 첫 장을 다시 넘겼다.


이 사건은 시작부터

결론이 먼저 만들어진 사건이다.

그 결론에

증거가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 본 작품은 상상력과 문학적 재구성을 바탕으로 창작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사건, 배경 등은 모두 소설적 표현을 위해 구성된 것이며, 실제 인물이나 실제 사건과의 유사성은 의도된 것이 아닙니다.

- 이 작품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사회적 상황을 소재로 삼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관계를 서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또한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 행동, 직업, 관계, 사건의 경과 등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창작되거나 변형된 요소이며, 현실의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직접적으로 지칭하거나 재현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 독자분들은 본 작품을 사실 기록이 아닌 문학 작품으로서의 허구적 서사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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