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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이야기 박문희 Jul 14. 2024

키위 세 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 금, 일요일 성당을 가시면 그곳에서 지인분들과 식사도 하시고 시간을 보내시다 저녁때가 되어야 댁으로 오시는 어르신이라 오후 안전 안부를 묻는 간접서비스를 금요일 안부를 미루어  주말 낮시간에 안부를 여쭙고 있다.


토요일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전화를 드려도 받지를 않으셔서 잠시 전화를 두고 어디 가셨겠지 하다가 연이어 다시 수차례 전화에도 받지 않으셔서  5시 30분까지도 받지 않으셔서 안 되겠다 싶어 집 앞 모래밭을 맨발로 걷다 말고 들어와 대충 옷을 바꿔 입고 댁으로 찾아갔다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내내 신경 쓰고 있는 것보다 잠시 시간을 내서 댁으로 찾아가고는 한다

가까이 사는 동료쌤께 부탁드려도 해주기는 하겠지만 그건 정말 필자가 멀리 나가 있거나  찾아가지 못할 형편일 때 도움 청하기 위해서 아껴두고서.


가는 걸음에 늘 식사를 못 하셔서 힘드신 중점어르신이 남지에 있는 죽집 죽은 맛있게 드시는데 필자의 출근시간 이후 문을 열어 마음만 가득 못 사다 드린 죽도 사서 가야지 했으나 일요일이 휴무일인 죽집은 별다른 안내도 없이 문이 닫혀 있어 사지 못 하고.


 혼자되신 지 오래지 않아 우울증세도 있으시고 조카분과의 말 못 할 사정도 있으신 어르신이라 가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폈다


집 아래에서 '깨비야(반려견 이름) ' 부르니

깨비가 머리를 꺼내고 그 자리서 반가움에 뱅뱅 돌고 2층에 다다르니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음에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어르신이 나오시며  ' 아, 깨비가 왜 낑낑 난리인가 했더니, 아이고야, ' 하시며 필자를 보며 적잖이 놀라신다.


" 내가 전화를 가방에 두고 정신없이 집에 손님이, 내 동생들이 와 있다, 또 다른 동생도 오는 길이다"

"아, 예, 잘 계시니 저는 괜찮습니다. 월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하고 발길 돌리는데 기어이 붙들어 세워두시더니 봉지도 없이 키위 개를 손에 쥐어 주시며  " 두지 말고 무르기 전에 오늘 바로 먹어이" 하신다.


돌아서 내려오는데 아직 혼자인 환경이 익숙하시지 않으셔서일까? 친정 동생들이 왔고 온다는데 표정이 밝아 보이시지만 않아 마음에 걸렸다.






'내 말벗이 돼줘서 고마워이' 말씀하시던 목소리가 내내 마음에 걸려 돌아오는 길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장마라 변덕스러운 구름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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