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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이야기 박문희 Mar 25. 2024

저기 먼 곳은 좋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일을 시작한 지 필자는 오는 8월이 돼야 1년 차가 되지만 오래 이 일을 해온 동료 지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 중 하나가 돌봄을 받으시던 어르신들이 저기 먼 곳으로  소풍을 떠나시는 일이라 한다.


잠시 한 달쯤 필자의 돌봄 어르신이셨다가 요양등급을 받으셔서 헤어진 어르신이 한 열흘 전쯤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같은 골목에 계시는 돌봄 어르신을 뵈러 갈 때면 간혹 안부를 전해 듣게 되는데, 요양보호사가 오고 집에 잘 계시다 하시기에 잠시 잊고 지내다가 지난주 병원에서 와서 모셔가고 대문에 자물쇠 꼭 걸어놓았더라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 들어가신 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


그날밤 잠을 청하려 누웠는데 잠시였지만 어르신과의 시간이 떠올라 울컥했다.


그곳은 어떤 곳이기에


자꾸만 다들 떠나가시는 걸까...

여태도 마음 한편이 아린데 오늘 울 애인이

"경로당 동갑 친구들 아홉이었는데 다 가고 이제 세 명뿐이다, 참말 서글프다" 하신다.

"그러게요, 저기 저기 먼 데는 뭔가 좋은 게 있는가 봐요" 답하며 며칠 전 떠나신 어르신이 생각나 흐린 장밖을 내다보는데

" 먼 데 좋지 얼마나 좋다고, 무주 구천동은 계곡 골짜기 언제 갔는데 얼마나 이쁘다고, 내가 이래도 안 가본데 있는 줄 아나"

순간 잘못 알아들으셨구나 싶었지만 이야기는 더 이상 슬퍼지지 않았다.


울릉도가 제일 힘들더라, 식겁했다로 시작하시더니 다들 오징어 한 축도 비싸다고 못 사는데 나는 몇 축을 사서  들고 오는데 힘 얼마나 힘들었다고, 내나 되니까 그래 많이 사가 오지로 끝나는 울 애인 특유의 무용담 같은 설을 풀어놓으셨다.


오래오래


생각하면 가슴 저릿해지는 사랑하는 울 애인이시여

요양등급 받지 않아도 되게 식사도 잘하시고 운동도 잘하셔서 우리 요래요래 오래 같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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