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도 글을 쓰고 있을까
19년 전, 나는
처음으로 방송국에 발을 들였다.
미술 전공자인 내가, 이과 출신인 내가,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오프닝이 뭐고, 브릿지가 뭐고,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
어디에 서야 할지 몰라 헤대던 그때
유일하게 손에 쥔 건 '글'이었다.
마감이 무서워도, 지우고 다시 쓰는 밤이 힘들어도, 나는 늘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고쳐도 늘 마지막엔 한 문장이 남았다.
'조금 더 솔직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 글의 시작이었고, 여전히 내 글의 끝이다.
그렇게 19년이 흘렀다.
누구에게는 숫자일 뿐이지만, 내게는 수많은 사연과 실패와 작은 승리들이 쌓인 시간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즐기며, 울며, 웃으며 살다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됐고, 결혼을 하게 됐다.
그냥 사랑만으로 모든 게 다 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은
나에게 또 다른 생활을 안겨 주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시댁살이.
원고 마감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관계의 대본'을 써야 했다.
대사 없는 무대에서 눈치를 보고,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속으로 울었다.
말하지 않아야 하는 순간,
참아야 빛나는 역할,
가끔은 그 무대에서도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아직 글을 쓰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잊지 않기 위해서다.
살아낸 하루하루가 헛되지 않았음을
문장으로 남기고 싶어서다.
이 이야기는 19년 차 방송작가인 나와, 며느리로서의 나,
그리고 여전히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 헤매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담담하게,
하지만 어느 페이지에서는 분명 당신과 닮아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부디, 내 작은 문장이
당신의 긴 하루에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