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며느리는 이제 그만

조카 담임쌤과 친해지기

시엄마의 유일한 혈육! 외손주들의 학교 면담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당연히? 시누이가 친히 학교 방문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왜냐고? 당연히 그녀의 자녀들이었기 때문에?

아니, 아니지. 내가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면담일 전날 밤,

시엄마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화.

‘내일 아침에 출근하지?’

‘그럼요~ (안 해도 한다고 말할 참이에요)’

‘혹시 오후에 잠깐 나올 수 있니?’

‘엄마. 저 직장 다니는 사람이에요~ 근데 무슨 일로요?’


‘아니~ 내일 애들 학교 면담이 있다는데 큰딸이 못 간다네? 내가 간다고 했더니 애들이 싫어하는 눈치고 ,, 그래도 우리 집에서 네가 이것저것 활동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알고 하니, 네가 좀 갔으면 해서 ,,,’

‘아 ,,,,, 제가 왜 ,,,’

‘너 애들 학교에 아는 선생님도 있다면서 이럴 때 외숙모 덕도 좀 보고 그래야지~ 내일 잠깐 나왔다 들어가’


뭐지?

이래서 결혼을 하면 ‘시’ 자 들어간 건 쳐다도 보기 싫어진다고 하는 건가?


여하튼, 그 한통의 전화를 받고 밤새 끙끙 고민을 한 후, 다음 날 점심을 먹고 난 잠시 외출을 했다.

프리랜서 근무 조건이 좀 자유로운 덕을 이렇게 쓸 줄이야.




생전 처음 학생이 아닌 학부모 대행?으로 학교 방문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 찐엄마 찬스를 쓰자!


‘엄마! 엄마는 나 학교 다닐 때 학교 선생님 뵈러 갈 때 뭐 갖고 가고 그랬었어?’

‘엄마? 엄만 책 갖고 갔지~’

‘책? 무슨 책? 설마, 성경책?’

‘아니, 좋은 생각’

‘그걸 왜?’

‘너 학교 다닐 땐 원래 책에다 봉투 끼워서 주고 다 그랬어~’

‘헐~’


역시, 하나밖에 없는 딸 생각은 찐엄마가 찐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조카님들 학교로 향하는 동안 순간 고민이 들었다.

‘진짜 좋은 생각을 사야 하나?’


그러고 보니 요즘 학교 선생님들 나이가 나보다 한참 아래일 텐데 ,,,

괜히 등짝에 식은땀이 흐른다.


고민과 함께 도착한 학교.

초등학교는 도대체 얼마만인지 ,, 흙먼지 흩날리는 모래 운동장은 온데간데없고 푸른 잔디와 러닝 트랙이 날 반갑게 맞이해 줬다.


담임 면담 두 탕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 우선 큰 조카 담임부터 마주하기로 했다.


교실을 찾아 들어간 후 큰 숨과 함께 노트를 하고 마주한 큰 조카 담임쌤.

어렸을 적 내가 마주했던 담임쌤의 이미지완 완전 다른, 정말 귀엽고 앙증맞고 상큼한 여 선생님이 날 반갑게 맞이해 줬다.

‘그래, 좋은 생각 안 사 오길 잘했다~’


가볍게 인사 후, 담임쌤의 동의 하에 굳이 이 자리를 마다한 시누이와 시엄마에게 공유해 주기 위해 면담 녹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대화를 주고받았던 그 시간.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두 조카님들의 담임쌤과 면담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오니 다시 회사로 들어가기엔 몸 안 온 에너지가 빠져나가 쉽지 않겠다 싶었다.


차를 타자마자 시엄마와 시누이에게 면담 녹음 파일을 보내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내내 내 눈치를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엄마 손주들 덕분에 내 오후를 홀랑 날려버렸으니 눈치를 볼 수밖에.


그 시선이 불편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두 조카님들 부모 복은 없어도 학교 선생님 복은 있나 보더라. 선생님 두 분 다 정말 좋더라~ 인상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장점을 너무 잘 알고 계시더라고. 단점을 먼저 말했으면 대화고 뭐고 그냥 나왔을 텐데 희한하게 두 분 모두 우리 아이들 장점만 얘기하시더라고.

첫 만남이었는데 너무 인상적이었어~ ‘


‘수고했어~ 담부턴 그런 거 가지 마. 내가 누나한테 얘기할게~’


‘어떻게 그래~ 그래도 오늘 나랑 친해졌는데 담에 갈 일 있으면 내가 가는 게 좋지~ 그래야 쌤들도 말하기 편할 거고~ 다음에 갈 일 있으면 그땐 좋은 생각 책 한 권 사갈라고~’


‘좋은 생각? 그 책을 지금도 팔아? 아니, 근데 그 책은 왜?’

‘그런 게 있어~ 암튼 시엄마 손주들은 외숙모 하난 진~짜 잘 둔 것 같아, 안 그래?’

‘아,,, 그, 그래~ 어. 그렇지~’


시엄마도, 시누이도 느껴보지 못한 두 조카님들의 담임쌤과의 상견례.

‘좋은 생각’을 하는 선생님들이란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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