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제발!
‘카톡! 카, 카, 카, 카톡! ,,,’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이다.
그런데 어김없이 카톡 알림이 내 잠을 쫓아낸다.
누굴까?
설마 ,, 이번 주도?
그렇다. 이번 주도 내 주말 아침잠을 내쫓아주는 건 ,,,
시댁이다.
이번 주말엔 또 무슨 일로 날 찾는 걸까?
‘오늘 00이, 축구 시합 있단다’
어머님을 비롯 내 동거인, 시누이, 아가씨, 아가씨 남편, 그리고 두 조카와 나.
이렇게 7명이 있는 단톡방.
내 확인을 끝으로 숫자 ‘7’은 전부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진 침묵 ,,,
‘그래서? 오늘 00이 축구 시합 있는데 어쩌라는 거지? 왜 00이 엄마인 시누는 아무 말도 안 하지?
남편이 나보다 먼저 확인한 것 같은데 왜 아무 말도 없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 남긴 내 답글.
‘어디서 한대요?’
후아~
이번 주도 내차진가?
이젠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쩌면 외면하지 못하고 스멀스멀 올라온 ‘착한 며느리 증후군’에 대한 나 스스로의 짜증이었으리라.
대뜸 남편을 찾았다.
내 눈치를 보는 건지, 마는 건지.
‘몇 시에 갈 거야?’ 헐~
그렇다. 이 사람은 내가 갈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번 주말도 시댁 뒤치다꺼리는 내 차지란 걸 이 놈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왜 언닌 (난 시누를 그냥 언니라고 부른다) 아무 말도 없대?’
‘언제 누나가 애들 일에 신경 썼냐?’
‘언니 애들이잖아~ 우리 애도 아니고 ,, 왜 매번 우리가 전전긍긍해야 하는 건지 참 ,,,’
‘어쩌겄냐~ 애들 불쌍하니까 우리라도 챙겨야지 ,,,’
그래 ,,
니 눈엔 조카들 불쌍한 건 보이고 니 마무라 피곤에 쩔어 지쳐있는 건 안 불쌍하지?
그렇게 지친 몸을 속으로 삭키며 나설 준비를 한다.
시댁에 들러 어머니를 모시고 축구장으로 향하는 내내 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기분으론 분위기 메이커까지 하기엔 너무 자존심 상하니까 ,,,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떡하면 이 ‘카톡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맘 같아선 그냥 단톡방을 과감히 나오고 싶지만 ,,, 그건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이 참에 카톡을 탈퇴해? 이 또한 불가능하다.
그럼 ,,, 무음으로?
이건 내 성격상 쉽지 않을 것 같다.
아 ,,, 도대체 이 ‘카톡의 늪’은 어떻게 빠져나오는 거란 말인가.
갑자기 어렸을 적 우연히 본 동물의 왕국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사슴이었던 것 같은데 ,,,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홀로 먹이를 찾던 사슴이 그만 늪에 빠져 버린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발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해 보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늪으로 빠져 들어가서 결국 늪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어렸을 적 그 장면이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너무 순식간에 사슴 한 마리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 그렇다.
점점 시댁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모른 체 하려고 해도, 카톡 알림을 껐다, 켰다 해봐도,
어머님 전화를 모른 채 넘겨봐도 ,,,
점점 더 시댁의 늪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구해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