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로서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야.

시댁일까지 프로페셔널하게 해내면 너무 인간미 없지 않나?

나는 무남독녀 외딸로 태어나 결혼 전까지 사촌들의 아이들을 빼곤 갓난아기부터 큰 아이까지 ,, 별로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물론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며 산후 조리원에도 가보고 갓난아기를 안아보기도 했었지만 잠깐의 체험 정도랄까? 그래서인지 아이를 대할 때면 긴장 아닌 긴장을 하게 된다.

특히 대화가 되는 아니 즈음의 아이를 만나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 시엄마에겐 유일하게 외손녀와 외손자가 있다. 시엄마 큰 딸들의 자녀들이다.

우리도, 동거인의 여동생도 자녀가 없기 때문에 유일무이한 외손주들이다.


시엄마의 큰딸이 이혼을 하는 바람에 예기치 않게 외손주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물론 근거리에 거주하고 있는 나 역시 한 집에 없을 뿐이지 함께 사는 기분이 드는 건 ,,,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시엄마에게 외손주는 나와 함께 사는 동거인에겐 조카가 된다. 아무래도 집안의 유일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시엄마의 손주들이니 더더욱 눈길이 가길 마련이다. 처음엔 귀여워서, 그다음엔 안쓰러워서, 그다음엔 하다 보니, 시엄마 외손주들에게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학교 준비물을 챙긴다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응을 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 아이들이 주말에 집에서 핸드폰만 하고 있는 걸 안쓰러워하는 시엄마를 보는 게 싫어 어느새 주말이면 시엄마의 외손주들을 데리고 캠핑을 가고 놀이공원을 가고 영화를 보고 스포츠 경기를 보러 다니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건, 시엄마의 외손주 중 둘째가 축구를 한다. 언제부턴가 내가 그 아이의 주말리그 매니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일정 체크부터 경기 내내 지켜보는 것은 물론 축구클럽 다른 아이들 간식까지. 내가 열심히 번 돈으로 지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시엄마의 바로 이 한 마디로 시작되었다.

‘애들이 안쓰럽잖아 ,,,’


아, 나도 누군가 안쓰러운 마음으로 챙겨주면 좋으련만 ,,,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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