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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Feb 25. 2024

낙차에 관하여 (해피투게더)

영화 속 ‘장면’ 돋보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라는 보영의 말과 함께 훌쩍 아르헨티나로 떠난 아휘와 보영. 

램프에 그려진 이구아수 폭포에 가기로 합의한 둘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여정에서 헤어지게 되고, 또 그 여정이 멈춘 곳에서 다시 만난다. 

 “다시 시작하자.”

홍콩으로 돌아가기 위해 탱고바에서 일하던 아휘를 만난 보영은 또다시 말한다. 마치 로드무비처럼 ‘이구아수 폭포’라는 여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영화는 시작했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연애담에 머문다.


 “사실은 보영이 빨리 낫지 않기를 바랐다. 아픈 그 애랑 같이 한 시간이 행복했기 때문이다.”     

 손을 다쳐 아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보영. 그리고 아휘는 이런 보영과 지낼 때가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행복은 일시적이며 보영이 팔이 낫고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가 듦과 동시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반대로 아휘와 보영은 한쪽이 다른 쪽에게 의존하거나 귀속되는 관계가 아니라 비로소 진짜 ‘타인’이 되고, 그리고 이 관계에서 잃어버렸던 에너지가 폭발한다. 평탄한 강물 하류에서 마침내 다시 ‘이구아수 폭포’로 향하는 대목이다.      

 영화는 연애 이야기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삶에서 빈번하게 마주하는 낙차와 여기서 나오는 거대한 힘에 관한 것으로 확장된다.      


 영화는 초반과 막바지에 이구아수 폭포를 보여준다. 그 거대한 폭포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함과 동시에 모든 사랑과 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좁혀지지 않는 낙차와 그 사이를 메우는 수증기와 물보라, 잠깐 나타나는 무지개에 관한 것이다. 


 마치 이구아수 폭포의 윗부분과 아랫부분. 그리고 그 낙차에서 떨어지는 위태로운 물길과 떨어져 나오는 굉음, 안개, 언뜻 비치는 무지개 같은 것이다. 그들은 거대한 에너지의 산물이고 장관을 연출하지만 동시에 신기루와도 같다. 나무나 돌 같은 사물처럼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고, 시작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보영의 말처럼.


 영화는 그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이 어떤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아휘와 보영이 머무는 땅도 아닌 하늘도 아닌 옥상과 장이 도착한 등대, 낮과 저녁의 경계에서 강렬히 보이는 햇살이 그렇다. 마지막 장면에 아휘가 탄 전동차가 지상도 하늘도 아닌 경계를 달리는 것도 폭포수에 비유된다. 이처럼 영화의 결말은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영화가 분명히 보여주는 건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이다.   

 

 아휘는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홍콩으로 향한다. 홍콩에 도착해 땅과 하늘 중간을 달리는 전동차에 탄 아휘. 그의 삶에는 폭포수의 떨어짐이 반복되는 것처럼 또 다른 사랑의 시작도 끝도, 꿈을 꾸는 순간도,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엔 머물지 않고 흘러가기에 불안하지만, 무한한 힘이 있다. 영화 원제인 ‘춘광사설’, 즉 ‘잠깐 비추는 봄의 풍광’일지라도 그 순간들이 모이면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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