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풀이

코리아나 - 손에 손 잡고

by Anand

"저는요 이상하게도 고무장갑이오른쪽만구멍이나서왼쪽장갑만잔뜩있어여ㅠ왜그러는거걸까여?ㅠ"



세월이 지남에 따라, 거울을 보면 속상할 때가 많다. 자연스레 드는 주름, 처지는 살 나빠지는 피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표정주름이 눈에 띌 때면, 후회가 된다. 문제는 그 후회가 딱 어느 지점, 사건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버린 태도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너 미간에 주름 있다."

당황스러웠다. 평소 생각에 빠질 때, 무표정할 줄 알았는데, 무표정을 넘어서 미간을 찡그렸던 것이다. 어쩐지 몇 년 전부터 미간에 주름이 보인다 했다. 재채기할 때나, 통증을 느낄 때 잠깐씩 미간을 찌푸려서 그런 줄만 알았다. 주름이 생기지 않으려 노력한답시고 그때만 주의해서 미간을 찌푸리지 않으려 했다. 참 순진했다.


그게 아니라, 평소 생각을 할 때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듣고는, 아차 싶었다. 순발력도 없고, 생각하는 게 느린 편이라 오랫동안 생각을 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생각을 하면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마다 미간을 찌푸렸을 것이다. 주름이 생길 수밖에.


습관이나 버릇은 그 자체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젠가는 드러난다. 미세하게 잡혀 보이지 않던 주름들이 알고 보면 더 깊게 챙겨 있듯 말이다.


주름을 발견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주름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같은 것이 오랜 세월 반복된 결과 주름이 생긴다. 유독 한쪽 고무장갑만 구멍이 나는 것도 비슷한 이치 아닐까. 오른손이 왼손보다 더 클 수도 있고, 오른편에 유독 힘을 더 많이 주어서 일 수도 있다.


그 스스로가 원인을 발견하긴 쉽지 않다. 눈에 보이는 건 결과뿐이다. 구멍 난 오른편 고무장갑, 혹은 미간의 주름처럼.


'왜 미간에 주름이 생길까' 나 역시 원인을 몰랐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원인을 모른다.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여전히 생각할 때는 미간을 찌푸린다. 근본적으로는 고민의 빈도를 줄여야 할 것이다. 말이 쉽지, 지난 세월 동안 굳어진 사고의, 행동의 습관인지라,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문자를 통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게 됐다. 왼쪽 고무장갑은 많이 남아 있다. 오른쪽 고무장갑이 필요할 때마다 오른쪽만 살 순 없으니 말이다. 오른쪽이 힘이 많이 들어가서 든, 신체적인 특징 때문이든, 그 원인을 안다고 해도, 오른쪽 장갑만 구멍이 나는 일은 계속 일어날 테다.


왼쪽 고무장갑만 구멍이 나서, 왼쪽 장갑이 필요한 사람과 같이 살면 어떨까. 반대로 왼쪽 장갑만 구멍이 나는 사람. 그 사람에겐 하릴없이 쌓여있는 왼쪽 장갑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마치 툭 튀어나온 조각이 있으면, 반대로 들어가 있는 조각이 있는 퍼즐처럼. 같이 있을 때 퍼즐이 맞춰지듯 서로의 고민은 풀리는 것이다.


미간의 주름이 펴질 만큼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 사람에게 줄 것이라고는 크게 쓸모 있진 않은 고민, 토론 거리나 생각거리일 뿐일 테지만. 어디엔가 그런 고민거리, 쓸데없는 진지함이 필요한 사람도 있을 수도 있으리라. 스도쿠나, 로직 같은 퍼즐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치약 가운데를 눌러 짜는 사람이 있으면 밑을 눌러주는 사람이 있다. 어떤 문제의 해결책은 때로는 다른 문제를 '만나는 것'에 있을 수도 있겠다.


-한 청취자 분이 낸 수수께끼를 생각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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