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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Apr 29. 2020

사피엔스(by 유발하라리)를 읽고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역사의 민낯에 질문을 던지다.

 모든 생명은 자연선택 법칙의 지배 아래서 성장했다. 유기화합물의 집합체로 태어났고 육체 및 지적으로 성장했으며 종국에는 죽음으로 소멸했다.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변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총 3번의 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발전했다.


 첫 번째 혁명은 인지 혁명이다. 인간은 유일하게 존재하지도, 직접 만져보지도 못한 허구를 믿는다. 이로써 인간은 토템 신화부터 종교, 화폐, 국가, 인권 등 모든 허구의 상상 물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다. 또한, 개인의 믿음을 집단의 믿음으로 확장시켰다. 결과적으로 다수 인간의 유연한 협동을 초래할 수 있었고, 그 어떤 생명체도 이룰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하는 단초가 됐다.


 두 번째 혁명은 농업혁명이다. 12,000년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며 떠돌던 인간들은 농작물과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한다. 가용 식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인구도 늘어났다. 늘어난 인구와 밀집화는 도시를 탄생시켰다. 바빌론에는 인구 100만 명의 초대형 제국이 건설되었고 이를 다스리기 위해 바빌론의 왕 함무라비는 법전을 만들어 공표했다. 법전을 살펴보면 계층 간 법의 적용이 판이하게 달랐다. 같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귀족 남성과 노예 여성이 받는 처벌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농업혁명으로 엘리트 계층과 피지배 계층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땅의 비옥함에 따라 농산물 생산량이 달라지고 이는 곧 막대한 부와 인구 증가로 도시 간 격차도 벌렸다. 그야말로 계급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마지막 혁명은 과학혁명이다. 7만 년간 사피엔스가 겪은 변화보다 직전 5백 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변화의 수준은 유례없이 컸다. 현대의 컴퓨터 한 대면 중세 모든 도서관에 있는 정보를 모으고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았을 것이다. 인간은 전혀 실재하지 않는 '돈'의 존재를 맹신했고 이는 종교보다 더 끈끈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낳았다.


자본은 투자로 이어졌다. 신대륙을 발견했고, 증기로 움직이는 열차를 발명했으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탄생시켰다. 또한,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새기고 우주의 비밀을 풀어나가게 했다. 모든 것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한 가지 '돈'으로부터 탄생했다. 은행은 단 10%의 자금으로 10배 이상의 대출을 허락했다. 불황에 금펀드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지만, 정작 실재 금은 펀드 금액의 반도 안된다. 결국 나머지는 모두가 허상이고 사기다. 하지만, 우리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으로 자본주의는 세상을 호령하고,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했다.


 여기까지 인간은 자연선택 법칙에 맞게 발전했다. 우리의 생명은 유기체라는 한계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과학혁명의 진보를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 중이다. 생명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지배하려고 한다. 종국적으로는 죽음을 통제하려고 한다. 죽음은 더 이상 형이상학적 몸짓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간은 컴퓨터와 뇌를 연결하는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DNA 지도를 완성하여 개인의 유전적 질병을 통제 및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구글에서는 '캘리코'라는 회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는 인간의 죽음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인간은 허구를 상상하고 믿어버리는 본성으로 지구 상의 가장 뛰어난 지배자가 됐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또 한 번 상상한다. 컴퓨터와 인간이 만나는 세상, 영원한 젊음과 생을 얻는 세상을. 7만 년의 역사를 가진 사피엔스 - 우리 인간에게 두 가지를 묻고 싶다. 인간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정말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기술 발전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나는 7만 년 전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초기 인류보다 지금의 인류가 더 행복하다고 확실하게 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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