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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Apr 04. 2020

카르페디엠(Carpe Diem)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고 

미국 8개 명문 대학을 지칭하는 ‘아이비리그 대학’, 그리고 해마다 많은 학생을 아이비리그로 진학시키는 명문 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명문대 진학을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철저하고 엄격하게 교육받는다. 이러한 웰튼 아카데미에 존 키팅이란 젊은 국어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잔잔한 변화가 시작된다. 

그는 맹목적인 공부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창조적인 공부를 강조했다. 특히 능동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자세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중요함을 외쳤다.


학생들은 그의 가르침에 따라 변화하기 시작한다. 소극적인 토드는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는 자신감 있는 학생으로, 닐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극이라는 꿈을 향해 다가간다. 닉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고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소설은 자식의 삶을 통제하는 아버지와 연극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 학생의 갈등 중에 일어난 학생의 자살로 존 키팅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면서 끝이 난다. 하지만 소설은 학생들과 존 키팅 선생님과 같이 일했던 동료 선생님의 잔잔한 변화의 복선을 알리며 끝이 난다.     

이 소설의 짤막한 줄거리는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과 무척이나 흡사하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한 곳을 바라보고 뛰는 학생들과 대기업 직원, 공무원이 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많은 취업 준비생의 현실은 절대 소설은 허구다!라고 얘기할 수 없게 만든다. 한참을 앞만 보고 뛰는 우리는 어느 순간 고요하고 무겁게 내리 눌리는 침묵에 마주한다. 그리고는 질문한다. 


“내가 지금 어디로 뛰고 있는 걸까? 내가 그토록 열망했던 길이 이 길이 맞는가?”


그들이 현실을 옥죄이고 희생하며 얻은 대가는 그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장밋빛 미래가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대 대학의 간판이 형편없거나 갈망했던 연봉을 받지 못해서는 아니다. 그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회는 트랙 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실패한 인생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하였고, 우리는 그 강렬한 엄포의 굴레 속에 억압되어 로봇처럼 트랙 위를 달린 것이다. 그곳이 러닝머신 위라는 사실도 모른 채, 마치 그 끝에 엘도라도가 펼쳐질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서….     


소설 속에서 강조하는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현실을 즐겨라! 는 말이 미래를 설계하지 않고 현실의 달콤한 맘은 쫓으라는 무책임한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오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눈앞에 놓인 현실의 꿈과 행복을 지나쳐버리지 말자는 의미이다. 


요즘 바이러스 질병 문제로 많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모든 모임 및 행사는 취소되었고, 오프라인에서의 사람들 간의 연결 고리는 점점 끊어지고 있다. 감히 카르페디엠을 외치면 안 될 것 같은, 우울증이 우리 삶 모든 곳에 바이러스보다 강력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동시에 현재 눈앞에서 흘려버리고 있는 게 없는지 살펴봐야한다. 당장 동호회 사람들과 기울일 술 한잔을 못 해 아쉬워하지 말고 지금까지 신경 쓰지 못했던 가족, 친한 친구들과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화 한 통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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