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장편소설

인생은 하얀 쌀을 꾹꾹 눌러 만든 백설기 한 시루

by 훌훌

























타고난 운명과 개인의 선택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노름을 만류하는 만삭 아내를 거리로 내팽개친 나

밤새 기방에서 놀다 아침이면 기생 등에 업혀

장인이 운영하는 마곡상 앞을 지나가며

장인어른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건네는 나

결국에는 노름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초가집으로 이사 간다

부모는 나무라는 대신 죄책감에 시달려 혹여 잘못될까 나를 다독인다

아버지는 몰락한 집안에 충격을 받아 생을 마감하고

마을 지주로 살다가 소작농으로 전략한 나 '푸구이'는

그제야 온전한 삶을 시작한다



푸구이는 병든 어머니를 병원에 데리고 가다 국민당 군인에게 끌려가

국공내전에 참여한다

몇 년 후 고향에 돌아오니 남아있는 가족은 아내 자전

열병을 앓아 농아가 된 펑샤

그리고 일하는 엄마 대신 펑샤가 키우다시피 한 아들 유칭



네 사람은 가난하지만 현실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비단 옷 입던 시절보다 무명옷 입는 지금이 더 좋다는 푸구이

양 두 마리를 키우던 유칭은 양에게 먹일 풀을 베러 뛰어다니며 학교에 다닌다

힘든지도 모르고 신발이 닳을까 맨발로 뛰어다닌다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이 끝난 후

공산당은 모든 땅을 국가로 귀속시킨 후 공동으로 농사를 짓도록 하며

집에서 밥을 짓는 대신 마을 식당에서 끼니를 배급한다며 솥을 걷어간다

처음 몇 번은 배불리 먹었지만 피폐한 농촌의 실체는 곧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구루병에 걸린 자전을 밭 일에서 제외시키고 그 몫까지 해내는 딸 펑샤

자전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집안일을 한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신발 닳을까 봐 맨발로 십리길을 달리던 13살 유칭은

교장 부인에게 헌혈을 해주다가 의료 사고로 죽는다



농아라는 장애때문에 결혼을 못하던 펑샤는

머리가 한쪽으로 꺾인 얼시를 만나 시집을 간다

아이를 낳는 중에 의사가 산모와 아이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자

망설임 없이 바로 펑샤를 선택하는 얼시



펑샤를 처음 만나러 오던 날

자전, 푸구이가 묻는 말에 대답은 "음..."

별다른 말도 없이 돌아갔다

이 결혼이 성사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얼시는 며칠 후 대여섯 명의 일꾼을 데리고 다시 찾아온다

지붕을 고쳐주고 담장 새 칠을 해주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자전을 위해

작은 탁자까지 마련해 온다

시끌벅적한 잔치를 벌여 펑샤를 데려갔고

이웃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잘 살던 펑샤는 출산하는 날

아들을 낳은 후 과도한 출혈로 세상을 떠난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위 얼시는 아들 쿠건을 일터로 데리고 다니며 극진히 돌본다

얼시는 쿠건 네 살 때 시멘트 벽 사이에 끼어 사망하고

남은 쿠건은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쿠건을 집에 두고 일하러 나가던 푸구이는 아파서 누워있는 아이를 위해

모처럼 소금 넣은 콩을 삶아 옆에 놔주고 나간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매일매일 배고팠던 쿠건은 옆에 놓인 콩을 계속 계속 주워 먹다가 파란 입술로 누워 있다

펄벅의 '대지'에도 이 시기 배고팠던 백성들의 상황이 구구절절이 나온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 노름에 빠진 남편을 견뎌내고

전쟁터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내고

아픈 몸을 이끌고 딸과 아들을 키우다 먼저 보냈다

곡진한 삶을 살아낸 자전은 말한다

"펑샤와 유칭 둘 다 나보다 앞서 떠났으니 내 마음도 편안하네요

더 이상 그 애들 때문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쨌든 나도 어미였고 두 아이 모두 살아 있을 때 나한테 지극정성이었으니

사람이 그 정도 살았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죠"

정말 위로가 필요한 대목이다



노동자 농민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공산당의 생각은

현실을 돌보지 못한 이상에 그쳤다

시민을 굶어 죽게 하고 이유도 없이 사살당하게 했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을 피할 수는 없다

역사와 운명이 개인의 의지를 별 볼일 없는 듯 과소평가하지만

결국 살아낸 푸구이는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작가 위화는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p.s. 장이머우 감독, 공리 주연으로 영화화한 '인생'은 199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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