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Conclave)'

- 의심과 확신

by 훌훌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50205_26%2F1738724461772UMYQ5_JPEG%2Fmovie_image.jpg - 네이버 영화에서 퍼옴



로마 가톨릭 교회 교황선출 제도를 이르는 말 '콘클라베'


지극히 성스러운 사제에게도 범인과 같은 욕망이라는 기차가 달리고 있다


그 은밀한 욕망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래서 인간적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받들어모시는 사제에게도 권력욕이 있다는 걸 목격하는 순간


하늘 아래 사람 누구를 막론하고 죽을 때까지 부단히 수행해야 하는 존재구나 싶었다


이미 여러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역작으로 외국에서 바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후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1회 또는 2회 정도 상영되는데 개봉 한 달 지난 시점 20만이 넘게 관람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극심한 화상을 입은 조종사


'알마시' 역할을 맡았던 랄프 파인즈가 주인공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전쟁터 동굴 안에 두고 왔지만 돌아갈 수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간호사 한나(쥘리에트 비노슈 )에게 들려주던 그 눈빛은


지나온 사랑의 상흔으로 인해 더 애잔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추기경 단장 '로렌스' 역할로 그를 다시 만났다


교황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추기경 단장으로 콘클라베를 진행하는 책무를 떠맡게 된 로렌스


교황이 되고 싶은 추기경은 1년 전부터 추기경들을 매수하고


경쟁자의 뒤를 캐어 성스캔들을 찾아낸다


이슬람교도를 향한 극단적인 언행을 쏟아내고


전쟁으로라도 그들을 궤멸시켜야 한다는 원리주의 보수주의자인


또 다른 추기경을 보면


속세의 정치 다툼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유력한 교황 후보들의 스캔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확신한다는 것'이 참으로 위험하고 불안정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의심과 확신의 언저리를 맴돌며 고민하는 로렌스를 따라가다 보면


'확신'이 때로는 얼마나 터무니없고 오류 투성이인지 알게 된다


교황이 비밀스레 임명한 베니테스 추기경이 콘클라베 전날 갑자기 나타나면서


의심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젖히고


결국에는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간다.




살아갈수록 쌓이는 확신은 콘크리트와 같아서 쉬이 깨지지 않는다


꽉 막힌 단단한 콘크리트 성안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확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면 안 될 것 같다


교황은 남자라는 확고한 인식에 던지는 물음표는 반전으로 찾아온다


신을 대신하는 교황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가능할진대


속세 범사에 대한 의심은 두말할 여지 없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영화는 내가 가진 편견을 적나라하게 깨우친다


그래서 이는 화두를 얻어 가는 오래 기억될 영화이다


또한


미장센 또한 인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영화 본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세트 디자인과 의상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콘클라베를 위해 모인100명이 넘는 추기경들의 빨간색 사제복과


레드 카펫 위 각 테이블 위에 놓인 청록색 작은 책자


흰색대리석 벽면, 검은색, 흰색, 빨강의 사제복은 아주 선명한 조화를 이룬다


일견 지루할 수도 있는 거듭되는 투표 장면을 매번 다르게 구현하는 감독의 서사에 눈길이 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나이테를 더해갈수록 확신에 대해 의심해보고


열린 마음으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p.s 영화는 4월초에 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콘클라베가 이루어졌다

바티칸 성당에 하얀 연기가 오르며 267대 레오14세 교황이 즉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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