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by 훌훌


살면서 퍼펙트 한 날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래서 이 제목은 역설이 아닐까 나름대로 단정 지으며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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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진은 네이버 영화에서 퍼옴



주인공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의 일상이 위 포스터에 고스란히 담겼다


오래된 기종의 핸드폰으로 전화 외에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다


가죽이 벗겨진 지갑


나와 같은 세대에겐 익숙한 올림푸스 필름 사진기


낡은 파란색 승합차 그리고 주말에나 차고 나가는 시계


아침마다 커피 캔 한 개를 뽑을 때 필요한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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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청소를 마치면 근처 산사에 가서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와 우유로 점심을 해결한다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는 하늘을 본다


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드러나는 햇빛을 사진에 담는다


여동생의 가출한 딸이 찾아와 주인공의 일과에 함께 하던 날


조카는 필름 카메라 대신 핸드폰으로 '코모레비'를 담는다


이 영화 엔딩에 '코모레비'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자막이 올라가길래 음미해서 읽어 보았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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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과를 마치면 이렇게 자리에 누워 문고판 책을 읽다가 잠든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거리를 쓰는 빗질 소리에 눈을 뜬 새벽, 이불을 개고 분재를 손질하고 집을 나서 하늘을 쳐다보며 미소 짓는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개를 꺼내 차에 올라타 한 모금 마시며 시동을 건다


팝송 테이프를 꺼내 틀면 'Pale Blue Eys' 'Perfect Day' 'Brown Eyed Girl' 과 같은 올드팝이 흘러나온다


올드팝과 도쿄 하늘, 스카이 트리, 얼기설기 얽힌 도쿄 도로 위를 파란색 낡은 승합차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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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상을 따라가듯 오래된 집 다다미 방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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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하기 위해 청소 도구를 직접 만들고


안 보이는 곳은 거울을 비춰가며 청결 여부를 확인하는 주인공은


청소하는 성자를 연상시킬만하다


영화 초반부 내내 반복되는 단조로운 주인공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위안을 준다


수행을 하는 구도자 같은 느낌이 든다


욕심내지 않고 묵묵히 청소 일을 한다


사랑에 찾아다니는 어린 동료를 위해 낡은 차의 앞자리를 양보하고


지갑을 열어 데이트 비용을 빌려준다


자신을 찾아온 10대 조카에게 잠자리를 내어주고 부엌 구석에서 불편하게 잔다


자신과 추구하는 바가 다른 아버지가 이제는 연로하여 요양병원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여동생이 떠나자 히라야마는 고개 숙여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운다


매일 아침 눈뜨기 전 꿈속에 나타나는 흑백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말이다





"그림자는 겹쳐지면 더 어두워질까,


어두워지지 않는다면, 변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거 아닌가요,


그건 또 그러네요"


라는 대화를 나누며 히라야마와 초로의 한 남자가 강가에서 그림자밟기를 한다


남자는 암 선고를 받고 이혼한 아내를 찾아가 깊은 포옹을 했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그 어떤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내 인생은) 끝나나 봅니다 라고 말한다





히라야마는 일터로 출발한 차 안에서 운전을 한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는데 울고 있다


퇴근길 집으로 향하는 길


차 안에서 나도 저렇게 울어 본 적이 있다


남편에게 말하니


'회한'이 쌓여서 그렇지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나라 피겨스케이팅 스타 차준환이 말했다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만족할 만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매일 성실하게 연습하는 거라고


김연아 선수도 그랬지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그냥 하는 거예요"






'코모레비'(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인생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다


흔들리는 날도 있고 따사로운 햇볕이 비치는 날도 있고


그냥 사는 건가 보다


그 사이사이 비치는 햇빛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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