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김순효 씨

- 이수정 장편소설

by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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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 김순효 씨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은 질곡인 듯 선택인 듯싶다

김순효 씨는 스스로 선선히 받아들인 듯하다

받아들인 것 같은데 병이 났다

이건 받아들인 게 아닌 건가


어느 날 남편이 친구가 죽었는데 그 친구의 딸이라고 데려왔다

김순효 씨가 보기에 남편 씨앗이 분명해 보였지만

아이의 운명이 가여워서 자기 딸처럼 키웠다

그 딸은 서걱거리는 느낌을 감추지 못하고 가엾게 떠 다녔다

누구도 구박하지 않았지만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도

스며들지 못했다

결혼한 후 애를 낳지 않기로 혼자 마음먹었고

남편은 공들여가며 자신의 2세를 기다리다 피임 중인 아내의 실체를 목도한 순간

더는 이 결혼생활이 무의미하다 여겼다

이를 알게 된 김순효 씨는 고창으로 떠났다

배다른 딸내미를 데리고


이 소설은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이미 여러 차례 문학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고

지금은 미국에서 소설 쓰기에 파묻혀 산다고 한다


고창하면 떠오르는 고인돌의 의미가 김순효 씨 삶에 깊이 새겨진다

그녀는 노름판을 떠도는 남편을 찾아다니다 등에 업은 아이를 폐렴으로 잃고

그녀의 남편은 유부남인 걸 속인 채 다시 결혼하여 고창에서 딴살림을 차렸었다

소설 속 나는 고창에서 태어난 배다른 딸내미다


'오랜만의 전화에서 엄마는 어디 좀 가자고 했다

지방이라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이틀 정도 걸릴 참인데 혹시 일에 지장은 없겠느냐는 말을

엄마는 이미 기차표를 끊었다고 한 뒤에 했다'......


"나하고 어디 좀 가자."


나는 의붓엄마 김순효 씨와 영문도 모른 채 고창으로 떠났고

거기서 김순효 씨의 지난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마침내 그 뿌리에 안착하게 된다


요즘 내가 꽂혀서 읽는 얘기를 스캔해 보니

'연대'가 그 중심에 있다

김순효 씨는 자신과 남편을 공유해야 하는 '나'의 엄마를 해코지하지 않았고

나는 서울로 돌아가는 언니에게 감을 따서 안겨준다

오래전 남편의 딴 집 살림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귀신에 홀린 듯 고창까지 왔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김순효 씨를 불러 세워

맛있게 익은 탐스런 감을 안겨주었던 '나'의 엄마처럼


그녀들은 연대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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