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시베리아 숲에서'

by 훌훌


보고 싶은 책이어서 구입 목록에 넣어두었는데 입고된 후 바로 대출되었다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뒤늦게 반납이 되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래픽 노블이어서 그림을 감상하는 맛도 있고

길이가 짧은 함축성 있는 문장들이 생각의 가지를 뻗게 하는 책이다.

작가 실뱅 테송은 저널리스트이자, 여행가이며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세상 살기를 즐긴다

이 작품으로 2011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 에세이 부문을 수상했다






















책을 감상하고 나니 부제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가 더 와닿는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삼나무 울창한 타이가숲 그리고 바이칼 호수

추위와 외로움, 고독을 작정하지 않으면 엄두를 낼 수 없는 곳에서

2월 10일부터 7월 26일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책 읽기, 글쓰기, 고기 잡기, 산 오르기, 장작 패기, 숲 거닐기 등

열다섯 가지 일로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 곳

마음이 울적해 친구와 술 한잔하려면 한나절은 걸어가야 가능하고

극심한 온도 차이 때문에 노트북 모니터가 터지고

위성 전화는 전혀 신호를 잡지 못한다

믿을 거라곤 땔감을 구해줄 도끼와 난로 그리고 단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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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인간은 시간을 지배한다'


'공간을 지배하는 인간은 그저 허세를 부릴 뿐이다'


'상처 입은 시간의 고통을 통해 세월이 흘러간다'


'오두막에서는 시간의 고통이 누그러진다. 시간은 온순하고 늙은 개가 되어 우리의 발치에 엎드려 있고 어느 순간 우리는 시간이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작가의 통찰을 담은 문장들이 문득 내게로 와서 되새김으로 꽂히고

그래 맞아 그렇구나 하는

긍정의 시그널로 변환하여

깊은 안식을 주고 숨구멍을 틔워준다

실뱅 테송의 문장들은 번역가 박효은에 의해 글맛이 살아 숨쉰다

5월의 신록 같은 명쾌함과

제 할 일 다한 10월의 단풍 같은 여운을 준다



실뱅 테송은 히말라야를 도보로 여행하고

말을 타고 '하늘의 산'이라 일컬어지는 텐산산맥을 여행했으며

자전거로 우스튜르트고원의 사막을 여행했지만

바이칼 근처 오두막에서 둥지를 틀고 비로소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삶을 음미한다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하는 러시아 어부들과 어우러지며

무해한 그들 삶의 양식에 매료 된다

이는 타이가숲 바이칼호수 옆 오두막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뭣 때문에 케첩의 종류가 열댓 가지나 될까, 나는 정말이지 이 세계를 떠나고 싶었다'


- 맞다 맞다 누구를 위한 고민인지

- 소비는 미덕이 아니라 소비하라고 강요받고 있는 것 같다


'국가는 건강한 육체와 순종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을 원한다 그러나 타이가 숲은 인간을 야생으로 데려와 영혼을 해방시키다'


- 자본주의 사회는 말 잘 듣고 순종적인 노동자를 통해 주머니를 채우는 자본가의 세상이다

타이가 숲에서는 일하고 싶을 때 일하며 내 힘으로 채취하여 먹고살기 때문에

그 누구의 명령이나 지배도 단호히 거절할 수 있다


은둔을 택하여 6개월을 타이가 숲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다보니

텅 빈 영혼이 채워지고 생기를 회복하게 된다

그 힘을 원동력 삼아 다시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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