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배우 이희준의 감독 공식 데뷔작이다. 그는 이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주인공 '병훈'은 공황장애와 오염 강박을 앓고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이불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샤워 중에는 때수건으로 박박 닦고 또 닦아서 피부가 벌게질 정도이다. 전화가 오고 주치의는 그에게 밖으로 나가 밝은색 옷을 사라는 미션을 준다. 그에게 거리는 전쟁터와 다름이 없다. 사람들의 시선과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땀이 나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버겁다. 버스 손잡이는 오염 덩어리이고 스치는 사람들의 옷깃도 견디기 힘들다.
'병훈'은 백화점 의류 코너에 들어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밝은색을 추천해 달라, 자신이 강박증이 있는데 스스로 카드를 결제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자신의 신용카드를 타인에게 내어주는 것도 그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병훈'의 행동은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꽂힌다. 의사의 미션을 수행한 후 명동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가던 '병훈'은 그제서야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엄마, 엄마 날씨 좋다. 나 잘 키워줘서 고마워"
생일이어서 아침부터 수차례 전화한 엄마에게 그는 고맙다 말한다.
그러고는
"진짜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이희준 배우 역시 10년 넘게 공황장애를 앓고 있으며 은퇴를 고민한 적도 있다고 한다. '병훈' 역할은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배우가 장애 연기를 힘들어해서 이희준 배우가 직접 출연했단다. 러닝 타임 17분 병훈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장애를 겪는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소수자들의 고통이 보인다.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온통 난관투성이다. 같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그들의 도전을 가슴 먹먹하게 지켜보게 되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 네이버 영화에서 포스터를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