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은 똑같다
3월 5일 딸 생일에 얼굴을 보러 가기로 했다.
제조업 회사에 다니는 딸은 본사와 청주 공장을 왔다 갔다 하며 실험을 하고
팀 내 막내로 잡무를 처리하는 등 바쁘다
서프라이즈로 점심시간 반짝 나타날까 했는데 혹시나 출장 가서 허탕을 칠까 봐 할 수 없이
3월 5일에 점심 먹을 수 있냐고 물었었다.
딸은 점심만 같이 먹고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반차를 냈다고 한다.
같이 밥 먹고 수원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딸은 저녁 6시에 약속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남친이 주는 생일 선물로 오마카세 식당을 가는 거였다.
같이 저녁도 먹을 수 있나 물어보는 전화가 왔다.
남편은 둘이서 특별한 시간을 가지라고 하면서
우리는 점심 먹고 마리오아울렛 가서 등산복 구경을 하겠다고 했다.
딸은 사윗감이 같이 식사하자는데
"점심 먹고 저녁 시간까지 뭐 하냐"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면 어쩌냐"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딸은 엄마가 수원 관광을 하고 싶어 하니 화성을 둘러본 후
함께 식사하면 될 것을,
흔쾌히 그러마 하면 될 것을,
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브레이크를 거냐고
아빠는 뭐든 흔쾌히 오케이 하는 경우가 없다며 아빠는 오지 말고 엄마만 오라고 성난 목소리를 울렸다
어이없어하는 남편은 허허허 하며 그냥 웃었다
나는 딸에게 설명을 해야 했다
아빠는 너희가 돈 쓰는 게 아까워서 그런 거라고
널 보러 간다고 화병에 있는 예쁜 꽃도 빼서 들고 가려고 했다고
딸은 아빠는 뭐든 한 번에 오케이 하는 경우가 없고 늘 한 김을 빼서 기분을 망치게 한다고 투덜거렸다
양쪽 마음이 다 이해가 되는 나만 가운데서 새우등이 터진다
수원 화성을 걷는 틈틈이 딸 비위 맞춰가면서
갱년기 중증 딸 사랑이 넘치는 아빠의 말랑말랑한 마음을 설명하고
남편에게는 내 기분이 아주 좋은 듯, 방전된 에너지를 끌어모아 씩씩한 척
딸과 사윗감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틈틈이 주입했다.
결론은
" 무조건 자식이 하자는 대로 하자"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는 머리카락을 적시고 봄을 선뜻 품에 안기에는 아직 차가운 기운이 자꾸 옷깃을
여미게 한다
사윗감은 기어이 화성 근처로 픽업을 왔고 처음 먹어보는 감질나는 오마카세 코스를 거치고나니
기분 좋게 배가 부르다
여기서 또 기어이 집까지 데려다준다 고집을 피운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너희 둘 다 참 말을 안 듣는다"
결국 집까지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대신 사윗감은 왕복 3시간은 족히 운전대를 잡아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