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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yun Jeong Mar 12. 2019

스타벅스_대한민국

네 번째 장소

 대한민국에서 스타벅스라는 공간이 차지하는 상징성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커피라는 것을 단지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로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곳이 아닐까. 많은 커피숍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이 시대에 이 곳이 지닌 매력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물론 나 역시 그렇게 갔던 걸까.


 나에게 있어 스타벅스는 하나의 방(?)과 같았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였고, 복잡한 생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스타벅스가 끌렸던 건 아니었다. 나에게 있어 커피란 그저 하나의 음료수와 같았고, 식사 후 자판기에서 나오는 것에 불과했다. 군대에서 전역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군 전역 후(2008년 12월에 전역했다.) 커피의 모습은 전혀 달라져있었다. 아메리카노라는 걸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 걸어 다니는 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친구들과의 약속은 술집이나 PC방이 아닌 커피숍에서 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스타벅스에 다니게 된 계기는 자격증을 준비하면서였다. 실내건축기사 자격증을 2017년에 준비했었는데, 그중 실기 문제로 실내 투시도가 있었다. 기초적인 부분은 학원에 다니면서 배웠지만, 직접 그리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카페에서 혼자 커피 마시며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가지고 있던 다이어리에서 ‘도트 페이지’를 발견했다. 그 페이지를 보자마자 딱 투시도 그리기 좋은 밑그림이 되겠다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샤프를 꺼냈다.

 

투시도 연습을 하기에 스타벅스 만한 곳은 없었다. 같은 브랜드지만 각각의 매장마다 갖고 있는 포인트는 달랐다.


 그렇게 스타벅스를 다니며 그린 투시도 중 일부이다. 차마 가장 처음에 그렸던 걸 공개하기에는 쑥스럽고,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가 잘 그렸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그린 투시도가 약 20페이지 정도 된다. 그런데 문득 다 그린 투시도를 한 번에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간 곳은 분명 ‘스타벅스’라는 한 브랜드의 카페였는데, 열이면 열 모두 다 다른 공간 구성을 이루고 있었다. 분명 내가 느꼈던 감정은 비슷했는데 말이다. 어두운 회색빛의 페인트로 칠해진 벽면. 짙은 갈색의 테이블과 의자들. 주광색의 스폿 조명들. 유리창에 걸려 있는 블라인드 등등. 공간의 구성은 달랐지만 그곳을 이루는 요소들이 비슷해서였을까?


차이(difference)와 차연(differance)

 

 문득 대학교 전공 수업시간에 배운 단어의 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분명 단풍잎과 은행잎은 서로가 다른 것이고,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보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두 가지의 은행잎은 똑같은 은행잎이지만 모양은 서로가 분명 다르다. 이 부분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사용한 ‘차연(differance)’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다르다(difference)’의 의미와 ‘연기하다, 지연하다(defer)’라는 의미를 결합하여 differance(차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서 만든 곳이지만 각각의 공간은 모두 각자의 정체성(identity)이 분명히 존재한다.



 너무 거창한가? 갑자기 스타벅스에서 철학용어까지?? 이런 걸 모르더라도 분명하지만 우리들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스타벅스에서 창가를 바라보며 쓰고 있으니까.

 

 차연(differance)이라는 용어를 분명히 다 이해하지 못했고, 위에 설명한 게 틀릴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이런 게 있었구나’ 정도의 호기심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여담으로 스타벅스에서 그린 투시도 덕분인지, 실내건축기사 자격증을 한 번에 합격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https://goo.gl/images/xNWU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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