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장소
교회라는 단어를 듣고 그 공간을 생각하면 과연 어떤 이미지가 생각날까? 높은 첨탑 위에 올려져 있는 십자가의 모습? 고딕양식의 플라잉버트레스와 스테인드글라스? 집회장소의 높은 천장과 목회장소? 이렇듯 일반적인 교회가 상징하는 몇가지의 공간이 있다. 하지만 내가 간 이 곳은 기존의 공간을 답습하지 않은 듯 하다. 그 곳은 바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빛의 교회’이다.
2018년의 8월의 어느 날. 오사카와 교토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이 곳을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미리 구글맵을 보고 어떻게 가야할 지 알아봐 두었지만, 행여나 길을 헤매진 않을까싶어 채비를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쯤 갔을까. 빛의 교회와 가장 가짜운 역인 이바라카역에 도착한 후 나는 버스를 타는 대신 자전거를 빌리기로 생각했다. 한 여름의 더운 날씨였지만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를 타는 것 보다 자연바람을 맞고싶었다.
빛의 교회는 아주 조용한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정말 일본스러운(?) 마을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회색의 노출콘크리트 건물. 바로 빛의 교회이다. 이바라카역에서 자전거로 약 20~30분 정도 타고 가야 도착했던 거 같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정말 조용하고 한가한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조용한 마을에 들리는 건 자전거 페달 밟는 소리와 바람소리 정도? 그렇게 풍경을 들으며 드디어 빛의 교회에 도착했다.
일요일 오후 12시 쯤 도착해 자전거를 근처에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두개의 공간으로 구성 되어 있었는데 한 곳은 빛이 들어오는 유리 십자가가 보이는 예배당과 내부를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무리한 또 다른 예배당이다. 빛이 비치는 십자가가 있는 예배당은 관람시간에만 개방을 했기에 오후 2시까지 점심을 먹고 다시 와야했다.
그 전에 들어간 또 다른 예배당의 내부는 외부와 다르게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노출 콘크리트와 자작나무 합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싶을 정도로 인테리어가 훌륭했고, 유리 사이로 떨어지는 빛은 정말이지 환상 그 자체였다. 어떤 건물을 가든지 나는 꼭 들어가보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은 바로 화장실인데, 그 이유는 그 건물의 디테일을 알아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 생각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의 화장실은 ‘이렇게도 화장실을 구성할 수 있구나.’란 생각을 받게 된 곳이었다.
근처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2시에 맞춰 다시 찾은 빛의 교회.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었는데 벌써부터 관람객들이 예배당을 점령(?)하고 있었다. 아시아인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온 것 같은 금발의 숙녀분들까지. 정말이지 안도 다다오 건축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구나를 새삼 다시 느꼈다. 그리고 난 후 ‘책에서만 보던 그 광경을 드디어 볼 수 있겠구나!’라는 설렘을 안고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는 책에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5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기다란 나무 의자가 10줄정도 있고 정말이지 심플한 공간 구성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의 분위기는 정면에 보이는 십자가로인해 압도당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종교도 믿고 있진 않지만 빛이 비치는 십자가를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축복받는 느낌이 들었다. 십자가 뿐만 아니다. 오른쪽 천정부분과 벽이 만나는 곳에 생긴 자그마한 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보면 볼 수록 ‘어떻게 이런 공간을 설계했지?’란 궁금증이 든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공간이 말하는 걸 보고 있으니 금새 4시가 되었다. 안도 다다오의 건물은 정말이지 시간을 빨리가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빛의 교회뿐 아니라 오사카와 교토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다른 여러 건물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명화의 정원’이 기억에 남는다. 이 곳 역시 노출 콘크리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사카 혹은 교토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둘 중 한 곳이라도 꼭 가보길 바란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항상 물음을 남기는 듯 하다. 공간이란 꼭 이래야 해? 이렇게도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않니? 관습적인 틀에 사로 잡혀 설계된 공간이 아닌 그 곳만이 가진 하나의 장소로 디자인한 건축은 갈 때마다 나의 마음을 뛰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