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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an 07. 2019

인생을 돌아보게 한 3번의 발병

황승택,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최근에 회사 직원 중 나랑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도 않는 젊으신 분인데 폐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다. 이름만 알고 얼굴은 잘 모르는 분인데도 '본인상'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얼마나 마음이 먹먹하던지. 한창일 나이에 암 같은 건 왜 생겨서 사람을 기운 빠지게 하는지 모르겠다.


멀리 안 가도, 우리 엄마도 갑상선암에 걸리셨었다. 초기에 잘 발견하셔서 다행이고 지금은 건강하시지만, 이런 몸의 병들은 발병하면 본인의 마음도 위축시키고 주변의 마음도 힘들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도 아프다. 책은 병 극복기가 아니라 지금도 아픈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능력있는 기자로서 열일하던 중, 갑작스럽게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알게 되고 병원생활을 하면서 소셜미디어에 투병 이야기를 글로 풀었다. 이 책은 그 글들을 모은 책. 


가장 바쁜 일을 했던 저자는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반강제적으로 갖게 된다. 재발도 모자라 3차 재발까지 앓고 있는 저자는, 암담한 상황임에도 제법 유쾌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주변의 세상을 둘러본다. 


"병이 준 교훈 중 하나가 한 박자 쉬어 가는 템포로 이젠 나, 내 가족뿐만 아니라 옆도 보고 주위도 보고 뒤도 살펴보는 삶의 자세를 잊지 말라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58 p.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받은 느낌이 크지는 않았지만, 몸이 아프기 전에 먼저 주위를 돌아보고 인생의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긴 했다. 인생에 깊이가 생긴다고 해야하나. 몸이 아프면 내가 여태껏 쌓아둔 세상의 커리어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저 건강하게, 가족들과 이웃들과 사랑하며 사는 것, 마지막에 남는 것은 역시나 이것 뿐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 속에 있든 기록을 해 두면 이렇게 누구에게든 다소 간에 유익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또한 했다.)




* 남겨두기


"제가 저의 주치의를 최고의 의사로 뽑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항상 더 나은 치료법이 없는지 연구하는 진취성과 환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유연성, 환자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려는 수용성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 106 p.


"저를 포함해 우리는 '그래, 네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하지만 그 말에 공감의 무게는 얼마나 실렸을까요? 지금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 하는 젊은 청춘에게 건네는 기혼자의 가벼운 위로, 심각한 수술을 이미 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수술을 앞둔 사람에게 건네는 '그거 해 보면 별거 아니야.' 라는 경험담은 얼마나 위로가 될까요? 취업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과정도 금방 지나간다. 버티면 된다.'라는 갓 취업한 선배의 말을 얼마나 깊은 공감을 얻을까요?" - 165 p.


"거창한 역지사지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의 시선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봅시다." - 169 p.


"재활이라는 시간이 준 여유 덕분에 마음도 여유로워졌는지 굳이 화를 내서 누군가를 당황하게 하거나 질책받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분노는 저보다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더 큰 악을 행하는 강한 사람을 향해야 값지기 때문입니다." - 172 p.


"평소보다 몸이 더 힘들고 아플 때 유지하는 평정심과 친절함이 그 사람의 진정한 인품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217 p.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담아 갔으면 하는 것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잠시나마 돌아보는 여유입니다. 저는 비록 백혈병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반강제적으로 제 삶을 복습했지만 독자 여러분은 책을 덮고 나서 자연스럽게 인생 좌표를 점검해보고 자신만의 다짐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 227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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