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스 울러버, 『내 사랑 모드』
누구나 뭔가를 할 때 마음이 행복해지고 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책을 읽을 때 그런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주변의 사람들은 모르는, 나와 책 안의 주인공만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대학생 때는 방학을 맞이했을 때 라디오를 들으면서 밤늦게까지 십자수를 하는 일이 그렇게 좋았고, 그 순간은 나만의 세계가 구축되는 것 같았다. 소소하지만 그런 일들이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모드는 정말 그림 그리는 일이 그냥 좋아서 그린다. 신체적 장애도 있고 가정환경도 어려워서 제대로 된 물감 하나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상황이 되는 대로, 한 손에 힘이 없으면 다른 편 손이 도와주고, 물감이 없으면 페인트로, 팔레트가 없으면 납작한 생선 통조림 깡통으로, 그렇게 모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 남편과 함께 살았던 작은 집에는 모든 가구와 벽에 그녀의 그림으로 흔적을 남겨 놓았다. 너무나도 작은 집이었고 식료품을 저장할 창고도, 화장실도, 부엌도 없는 곳이었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여기가 좋아요. 어차피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내 앞에 붓만 하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 70 p.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을 즐겁게 그리다 보니 그녀의 그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지금은 캐나다의 국민 화가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가족들과 행복한 생활을 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빠마저 장애가 있는 모드를 부담스러워하며 떠나갔다. 그런 상황 속에서 모드가 느꼈을 상실감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그녀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간다.
나는 사실 그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라 어떤 그림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모드의 그림은 색채가 또렷하고 명랑해 보였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그녀의 그림을 보면, 그녀는 그냥 순수한 그림을 그렸다. 고향의 모습, 동물들, 동네 바닷가의 풍경, 눈 오는 모습 등.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그대로, 혹은 실제로는 겪지 못한 상상 속의 행복을 그렸다.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니 이 그림은 왜 그렸는지, 저 그림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 친밀해진 느낌.
삶은 힘들었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을 테지만, 모드는 밝은 그림으로 세상에 화답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함께 힘이 난다. 어떤 상황 속에 놓여 있더라도 우리는 밝을 수 있다. 명랑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그렇게, 버텨나갈 수 있다.
* 남겨두기
"그녀의 그림 속에서 빛과 그림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드는 밤 장면을 거의 그리지 않았다. 밝고 행복한 모습을 그리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 95 p.
"모드가 시골 생활의 즐거운 모습을 그린 것은 그런 소박한 즐거움을 그녀가 함께했었기 때문이 아니라, 병과 장애로 그런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드의 작품들은 즐거움을 간절히 바랐던 그녀의 심정과 어린 시절 아주 잠깐 동안만 맛볼 수 있었던 경험에 대한 일생에 걸친 그리움에서 나왔다." - 126 p.
"그녀는 자신이 가진 내적인 힘으로 인생에 닥치는 일들을 인내심 있게 버텨 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살던 집에서 쫓겨난 것도, 자신이 낳은 아이와 떨어진 것도, 자신의 신체 기형과 고통도, 에버릿의 구두쇠짓으로 부족한 삶을 사는 것도 그렇게 버텼다." - 140 p.
"모드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이 모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모드의 그림에는 사람들 대신 인내심 많은 소와 충성스런 고양이처럼 꾸준함이 미덕인 동물들이 등장한다. 모드를 만나 본 사람들은 그녀의 미소와 순진함, 그리고 의지에 감동을 받았다." - 140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