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상코비치, 『혼자 책 읽는 시간』
"준비가 되었다. 보랏빛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책은 내게 다른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삶의 슬픔과 기쁨과 단조로움과 좌절감을 어떻게 다루는지 내다보는 창문이 되어주었다. 그곳에서 공감과 지침과 동지 의식과 경험을 다시 찾아보려 한다. 책은 내게 그 모든 것을, 그 이상의 것을 줄 것이다." - 47 p.
너무나도 사랑하던 언니를 병으로 떠나보낸 동생은 큰 상실감에 빠진다. 언니의 죽음이 이렇게나 슬플까 싶을 정도로 언니를 너무 사랑하고 존경했던 동생. (책을 읽어보면 가족 모두가 서로 진하게 사랑했던 것 같다.) 함께 책을 좋아했고, 많은 추억들을 갖고 있지만, 언니는 없다.
오랜 시간 방황하며 무력감 속에서 책을 집어 든 저자는 어느 날 그간 못 잤던 잠을 푹 자고 마음이 한결 평화로워지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는 1년 동안 하루에 1권을 매일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매일 남겨두기로 결심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 여러 저자와 이야기들을 만나며 언니의 마지막 모습을 마음 깊은 곳에 잘 보관해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 여럿을 키우고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일상의 일들에는 변함이 없지만, 1일 1권 독서는 지속적으로 붙잡는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책 읽기에 몰두한다. 아이들은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집안일은 도우면서 엄마의 독서를 지원한다.
1년 동안 하루 한 책이니 적어도 360권의 책은 읽은 셈.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느끼고 경험하게 된 것들을 적어 두었다. 그것은 책 자체에 관한 경험이기도 하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며 느낀 감상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언니를 기억했다. 슬픔과 상실을 굳건히 이겨내는 법. 저자는 책으로 배웠다.
* 남겨두기
"우리가 좋아하여 읽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어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책이 우리 자신의 어떤 면모를 진정으로 나타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 - 131 p.
"책을 공유하는 데서 얻는 이익은 헨리 밀러가 약속했듯이 '3중적'이다. 산더미 같은 책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저자를 수없이 알게 되고, 독서의 경험을 공유할 수많은 독자들이 있다. ... 책에 대한 이 같은 공유된 사랑과 책이 제공하는 것에 대한 공유된 이해가 독자와 저자들의 세계를 한데 묶어준다." - 138 p.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책에서 인용한 좋은 구절을 적는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일기의 용도는 금고였다. 사랑하는 작가들이 내 귀에 속삭여주는 말을 간직하고 싶었고, 그런 말을 다시 들을 필요가 있을 때를 대비하여 저장하고 싶었다.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영감만큼, 나중에 필요할 때 그 말을 다시 들으면 영감의 불꽃을 다시 켤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말을 따라감으로써 더 강인하고 현명하고 더 용감해지고 더 친절해지기를 바란 것이다. 일기장에 간직해둔 인용문들은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침이자 증거였다." - 143 p.
"상상한 것이든 실제의 것이든, 경험의 가치는 우리가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지 않을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상이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선택이 낳은 결과에 대해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삶의 슬픔과 기쁨을 영위하는 새롭고도 분명한 방식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 178 p.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런 사건에 대한 반응에 책임이 있다. 언니의 죽음에 내가 반응하는 방식은 내 책임이다. 언니를 잃는다는 첫 충격이 지나가고, 그 뒤에 이어지는 슬픔의 기간도 지나간 뒤, 어떻게 반응할지는 내가 선택할 문제였다." - 245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