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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un 16. 2020

배움, 개화된 자아를 만들다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왜 시험을 보나', '왜 공부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12년을 학교에서 '배움'의 시간을 가져온 나로서는 참 늦은 질문이었다. 별 생각이 없던 시간부터 학교에 갔으니 그냥 학교는 모두가 다녀야 하는 거고, 그 곳에서 공부도 하라고 시키니 그냥 했던 거다. 그러다가 마침내 대학생 때 나에게 물은 위의 질문에 대해 내가 내린 답은, '성장'이었다.


배움이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간에는 그 정보의 중요성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의 간격을 가질 수도 있다. 숫자 계산 방법 같은 작은 정보부터 나라는 사람의 뿌리를 이루는 역사적인 사실들, 때로는 신앙적인 불변의 진리 등 인간은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배우며 그 사고를 넓혀 간다. 뭔가를 더 많이 아는 사람이 꼭 더 성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든 자신을 자라게 하는 사실들을 많이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배움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모르몬 신도인 아버지의 광적인 엉터리 신앙심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정부를 '일루미나티'로 규정하고 자녀들에게 모든 공교육이 행해지는 것을 거부하였으며, 대신 곧 다가올 종말을 준비하기 위해 그들에게 고된 일들을 시켰다. 이게 정말 실화냐 싶을 정도로 잔인한 고집을 부리며 호되게 일을 시키는 아버지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책을 읽으며 적어둔 메모가 내 마음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하 진짜 아빠 답답노답고집불통..."  어떻게 딸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하지? 어떻게 이렇게 부러지지 않는 고집을 가진 뻔뻔한 아버지가 있을 수 있지.. 주변에서 나름 많은 사악한 가정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이 이야기가 답답하고 끔찍하기로는 최고점인 것 같다. 당분간 다른 주변의 어떤 가정 이야기도 이 스토리를 쉬이 능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 가정에서 제일 멀쩡한 타일러 오빠가 한 말이 내 마음을 대변해 준 사이다 발언을 했다. "부모님은 믿음을 이유로 대지만 그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것과 다른 것이다."


가족이라는 그 구렁텅이에서 저자를 나오게 해 준 것은 다름아닌 학교, 교육. 고등학교까지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저자가 혼자 공부하며 대학교 입학 점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소설같은 이야기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다시 한 번 이게 정말 실화냐 하게 만들었던 부분이다. 여하튼 학교에 입학해서 역사적 사실들을 배우며 자신의 가족들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고, 광적 믿음에 세뇌당했던 저자는 서서히 가족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 배움이 아니었다면 그런 진실도, 아버지의 잘못된 행실들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차별적인 어휘 사용에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깜둥이라고 수없이 불리고, 수없이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웃을 수 없게 됐다는 것. 그 단어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숀 오빠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오직 그 단어를 듣는 내 귀뿐이었다. 내 귀는 그 안에 담긴 농담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내 귀에 들린 것은 시간을 관통해서 울리는 신호음이자 호소였고, 나는 거기에 점점 더 강해지는 확신으로 응답했다." - 288 p.


자신을 힘들게 한 가족 덕분인지, 기존의 통상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덕분인지 그녀는 뛰어난 에세이와 연구들로 교수들을 감동시키고, 그런 교수들이 그녀가 학비 걱정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추천을 받아 캐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이후로 그 곳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녀는 세상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내가 그때까지 해온 모든 노력, 몇 년 동안 해온 모든 공부는 바로 이 특권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것 이상의 진실을 보고 경험하고, 그 진실들을 사용해 내 정신을 구축할 수 있는 특권. 나는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역사와 수많은 시각들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스스로 자신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믿게 됐다." - 471 p.


기초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의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전적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소설적이며 문학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읽을 때 여러 번 놀라기도 했다. 어두운 가족과 빛과 같은 배움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을 그녀이기에 그런 신선한 문체가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꽤 두꺼운 책인데 진짜 술술 읽힌다. 정말 하나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한 인간이 배움으로 인해 넓어지는 시각을 갖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나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더 많은 것들을 배워보기로 했다. 인생에서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싶다. 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단, 그것이 그저 지적인 허영심을 충족하는 것으로 끝나면 나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나의 모든 배움은 내 개인적 신앙을 고양시킬 수 있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게 되겠지. 저자가 더 바람직한 삶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해 온 것처럼, 더욱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며 찾아온 여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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