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혁, 『젊은 공무원에게 묻다』
공무원 면접을 준비하다 보면 필수적인 질문 중 하나를 만난다.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가?"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보통은 워라밸 사수, 안 짤리는 철밥통, 가만히 있어도 올라가는 호봉 등을 얘기할 거다. 그러나 면접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대부분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싶어서"라는, 누가 봐도 웃음만 나오는(?) 답변을 돌려 돌려 최선을 다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말할 거다.
그런데 여기, 정말 그런 조금은 식상하고 진심일까 의심스러운 답변처럼 살아가는 젊은 공무원들이 있다. 틀에 박힌 보수적 공직 생활 속에서 도전 의식을 굽히지 않고, 비상상황 속에서는 가족도 여가시간도 없이 온 시간을 바쳐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 공무원과 관련된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늘 공무원을 향해 비난의 여론을 숨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보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이들과 같은 공무원들이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의 주류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온 거겠지만.
공무원이 공무원을 인터뷰해서 정리한 책을 공무원이 읽어보았다. 읽으며 나는 자연스레 처음 공무원 공부를 하면서, 정확히는 사서라는 직업을 선택해 공부하면서 어떤 다짐을 했었는지를 더듬어 꺼내어 보았다.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다는 의미로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똑똑한 사서'가 되겠다는 다소 유치한 느낌의 목표를 생각하며 준비했는데, 실제로 현직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성품이 좋고 일을 똑부러지게 잘 하는 능력있는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으니까. 휴직을 제외하고 공직생활을 햇수로 5-6년은 한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업무에 임하는 자세는 어땠는지 반성도 되고, 이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조금은 대담해져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내가 늘 아쉬워했던 것 중 하나는, 내가 맡은 업무 중 이러 이러한 걸 좀더 해 보고 싶은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거리가 많아지는 '피해'를 초래하기에 잠자코 있었던 일들이다. 우리 도서관이 좀 더 유용한 기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지만, 실제로 해보자고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분들은 다들 적극적으로 임하고, 안 되는 건 되게끔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공무원이라니.. 읽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종종 꺼내어 보며 근무에 임하는 나의 태도를 점검해볼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모두 나의 공직 선배들이기에 배울 만한 점들이 많이 있다. 언젠가는 일을 하다 외로워지는 때가 올 수도 있으리라 늘 생각한다. 그때마다 나의 이 든든한 내적 선배들에게 지지와 힘을 얻어야지. "그건 안 돼요."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 라는 말만 반복하기보다 이용자 입장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주는 공무원이 되길. 나 자신아.
* 남겨두기
"먼저 인사하면 사람을 많이 알게 되는데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저 자신을 알리는 기회도 되고, 동료를 알게 되면 서로에게 불친절하기 어렵거든요. 업무에서도 상승 효과가 생깁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니 자연스레 훨씬 수월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죠." - 119 p.
"부서를 이동할 때나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 그는 항상 초기에 업무를 장악하려 노력한다. 부서를 이동하면 상사든 동료든 선임자가 있기 마련이고 이들은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초기에 야근을 하더라도 업무 파악에 많은 시간을 들여 그 간격을 따라잡는다. 이때를 놓치면 근무하는 동안 줄곧 끌려다니고 시키는 업무만 하게 된다. 반면 업무를 장악하면 정책에 자신의 생각이 담기고, 이를 추진하며 세세한 부분에 자신의 목소리가 담기면 존재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 160 p.
"나는 공무원의 실력은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민원 신청을 한다고 해 보자. 대다수 공무원은 시민의 물음에 대답한다. 규정에 따라 서류도 발급해 준다. 그런데 시민들은 공무원이 불친절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잦다. 왜 그럴까? 바로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 때문이다. 뚱하거나 화난 표정, 무뚝뚝한 말투, 상대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 찾아온 주민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 거다." - 181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