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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Sep 29. 2020

과잉의 시대에서 선별의 시대로

마이클 바스카, 『큐레이션』



내가 휴직 직전까지 도서관에서 하던 일은 요청자의 요청에 따라 그에 맞는 자료들을 찾아 정리하고 보고서 형식으로 보기 좋게 가공해서 요청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학부시절 참고정보서비스론을 참 좋아해서 사서 업무 중에서도 이 분야의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합격 후 첫 업무부터 그 다음 업무까지 모두 그 업무를 맡게 되었다. 요즘같은 세상에 검색하면 원하는 자료 다 나오는데 과연 이런 일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일하면서도 자주 들지만, 깔끔하게 조직된 자료들을 한 곳에 모아둔 결과물을 보면 충분히 2차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부 때의 수업부터 시작해 업무까지 거치며 도서관 내의 큐레이션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꼈다. 최근 도서관의 트렌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도서관의 큐레이션 사례들을 살펴 보면 약간은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은 아직 제목 위주로 정리한 1차적 큐레이션 수준이 대부분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좀더 배워보고 싶었다. 진짜 큐레이션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두껍다면 두꺼운 책에는 큐레이션을 어떻게 정의하고 설명하고 있을까, 배워보고 싶었다. 도서관에도 이제는 좀더 '고퀄'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


복잡성이 증가하고 긴 호황으로 인해 이용할 수 있는 상품들이 과잉상태가 되어 버린 사회 속에서 그 풍요가 사람들에게 해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선별과 배치에 집중하는 '큐레이션'의 개념이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음원사이트의 수많은 음원들 중 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나, 유튜브와 넷플릭스처럼 기존에 본 영상들에 기반을 두고 그와 유사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요즘 너무나도 일반화되어 있다. 기업들에게는 이런 서비스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선택지가 많아진 세상 속에서 도리어 사람들의 선택의 폭을 줄여주는 일이 필요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 이유에도 이와 같은 이유가 있을까? 1년에 발간되는 책이 2018년 기준 6만 종은 족히 된다고 하는데, 이 중에서 내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선택을 못 하는 이유도 있지 않을까? 또는 책을 읽긴 읽는데 본인에게 안 맞는 책을 읽음으로 인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걸 수도 있으니까.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실질적인 큐레이션 기법같은 건 적다. 다만 읽으면서 넷플릭스의 사례를 보았는데, 그들의 '태깅(tagging)' 작업은 실제 도서관 목록 작업에서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도서관 자료도 여러 가지 태그를 입력해 검색이 되도록 만드는데, 그 태그를 확장해서 이런 디테일한 태깅 작업을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노동력이 어마어마하게 들겠지만..


책은 읽다 보면 큐레이션의 넓고 포괄적인 개념에 길을 잃기가 쉽다. 큐레이션과 커스터마이징은 같은 것인가? 큐레이션과 선택은 같은 것인가? 나중에 가면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미니멀리즘도 개인의 삶의 큐레이션이라고 말한다. 큐레이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는 걸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개념에 확신이 안 드는 건 내 지적인 문제인가, 저자의 문제인가.. 


그렇지만 책을 읽으며 한 가지 배운 건, 큐레이터는 큐레이션을 통해서 스토리텔링을 함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어디에 배치할지,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할지, 이 모든 큐레이터의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는 엄청난 흥미를 느꼈다. 물론 큐레이터가 완전한 전문가가 되어야 그런 것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흥미로운 분야인 건 확실하다. 책을 읽으며 나중에 내가 대학원을 간다면 이 분야는 꼭 연구해보겠다는 도전이 되었다.

                      


                



▲추천하는 대상

초기 큐레이션이라는 단어의 개념과 쓰인 범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내용을 알고 싶은 사람,

큐레이션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당하고 싶은 사람.

큐레이션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 볼까 고민하는 사람.

이런 것도 큐레이션이야?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을 보고 싶은 사람.


▼비추하는 대상

도서관에 적용할 만한 적용점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 

큐레이션이 대두된 배경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





*남겨두기


"무언가를 찾고자 한다면 검색이 정답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큐레이션의 영역이다." 154 p.

"좋은 큐레이션은 새롭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나쁜 큐레이션은 그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검증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 272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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