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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Mar 16. 2021

무거운 고전, 가볍게 소개받기

이수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우리집 서재에는 민음사 존이 한 칸 자리잡고 있다. 그 칸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만 꽂혀 있는 곳이다. 원색의 책등 색깔 때문인지 우리 아들은 서재에 들어갈 때마다 늘 그 칸 앞을 서성거리며 살펴보고는 한 권씩 빼곤 한다. 때로는 읽어달라고도 한다.(19개월이니 내용을 알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애착 활동인 것이다...) 언젠가는 읽고 싶어 산 책들인데 사실 고전은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현대문학처럼 술술 잘 읽히지는 않는다는 인식 때문일까. 아무튼 내 손은 새로 사들이는 요즘의 책들을 향한다. 세계문학전집은 우리 아들이 나와 남편보다 더 많이 보는듯 하다.



세계문학전집 존에서 서성이길 좋아하는 아들


책의 제목을 보고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북큐레이션 분야의 내용인 것 같아 관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책은 이러이러할 때 이런 고전을 읽어보시라고 고전 몇 권을 추천해주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사표 쓰기 전에 읽는 책'이나 '통장 잔고가 바닥이라면' 같은, 생활밀착형 주제들이 등장해 목차만 읽어도 구미가 당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에서 고민되는 것들을 고전으로부터 도움받고 위로받는다는 게 무척 매력적인 기획이라고 생각되었다.


읽어보니, 상황별로 소개된 책들이 전부 그 상황과 어울리는 건 아니었다.어떤 때에는 끼워맞춘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행을 할 때 『수학의 확실성』같은 책이 웬말..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은 건, 고전이 결코 그저 옛날의 책이 아니라는 것, 지금 읽어도 우리의 정서, 지성,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특히 간간히 볼 수 있는 저자의 유머는 무거운 고전의 이미지까지도 조금은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사표 쓰기 전에 읽을 최고의 책이라면 『레미제라블』이다. 이유는, 전 5권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직자가 되면 곧 통장 잔고를 염려하게 될 테니, 아직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고 있을 때 전권을 구비해 둘 필요가 있다." - 30 p.


뭐 이런 식.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목만 알던 고전들이 정말 많은데, 책에서 소개된 내용들을 보니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책들이 많이 있었다. 몇 권은 벌써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다.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한 책들에 다른 취향을 가지고 공감하지 못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추천 중에 책 추천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특히나 불특정다수의 독자들에 대해 책을, 그것도 고전을 추천한다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에 속한다. 그러나 저자는 '실례를 무릅쓰고' 책들을 권한다. 소개된 책을 읽는 건 독자의 자유다. 다만 소개된 책을 읽으면 이 책의 저자가 책을 권하기까지 했을 많은 고민들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와 독자, 그리고 추천된 책의 저자가 한 자리에 모여 같은 내용을 가지고 얘기나누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 어서 여기 나온 책 중 하나를 읽고 삼자대면을 해야겠군! 아들보다는 내가 먼저 읽어야 하지 않겠나..



▲ 추천하는 대상

- 고전을 읽고 싶은데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가벼운 안내서가 필요한 사람.

- 시간이 많은데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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