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사서 May 30. 2021

한국인의 민낯과 진심을 맛본 축제의 현장

김혼비, 박태하, 『전국축제자랑』



문자로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능력인지! 처음 몇 페이지 안 읽었는데 그때부터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 시작한 책. 진짜 이 필력을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김영민 교수님 책 이후로 오랜만에 독서 중 '현웃'터진 책!


부부 작가가 전국의 지역축제들을 탐방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쓴 책으로, 세상에 우리 나라에 이런 축제도 있었나 싶은 생소한 축제들이 줄을 이뤄 등장한다. 젓가락축제, 의좋은형제, 와일드푸드축제 등. 다소 황당한, 이걸 이렇게까지 다룬다고? 싶은 제목의 축제 속에 다소 황당한 행사들이 이어지며 저자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런 그들의 내적 혼란을 설명하는 부분들이 이 책의 킬포라면 킬포일 듯. 이에 더해 이 부부 체험단의 축제에 대한 설명, 묘사들이 하나같이 너무 생생하고 갓잡은 물고기처럼 파닥거려서 나도 이미 그 소란스러운 축제의 한복판에 가 있는 듯 했다.


그 복잡한 마음을 안고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축제의 이모저모를 체험해 보려는 저자들의 마음에서 어떠한 진심을 느낀다. 한국의 민낯을 대면해 보려는 노력. '여성차별적인, 주먹구구식의, 무계획적인, 허황된, 체면차리기 식의, 학구를 추구하는'. 이런 형용사들을 K스러움이라 부르는 이들이 그런 K스러움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지역축제에 간 것이다.(하.. 공무원이라서 그런가 저는 이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네요..) 그러고는 결국, 그런 K스러움과 축제에 참가하고 진행을 이끄는 사람들의 진심을 보고는 마음이 동해 갈팡질팡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달력에 별표를 그려가며 디데이를 세고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했을 축제와 그 안의 대회들이기에. 그리고 인적 드문 마을의 주민들이 마을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온 힘을 다 쓴 흔적이 느껴졌기에, 어딘가 허술하지만 축제에 숨겨진 그 마음들은 저자들의 마음에 애정이 들어갈 틈을 조금씩 만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여기 나온 축제들 중에서 이 부부 체험단의 찬사를 받은 축제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오히려 당황스러움, 불쾌함, 염려로 가득찬 방문기가 더 많다. 저자들의 마음을 읽어보자면, 지역들이 좀더 축제의 주제와 맞는 행사들을 만들어 보기를, 그리고 연어축제처럼 동물들을 헤치는 방식이 아닌, 모두가 유쾌한 마음을 갖고 축제장을 나설 수 있는, 축제에서까지 괜히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공부 욕심을 자극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으며 웃었다가 일면 끄덕거리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 책이다. 당근보다는 채찍이 주를 이루는 책이었지만, 이 책을 쓴 작가들도, 축제의 발전, 그리고 각 지역의 발전에만큼은 진심 아니었을지.




_재밌는책이읽고싶을때

_책한권으로전국여행하고싶을때

_많이무겁진않지만가볍지도않은책

매거진의 이전글 무거운 고전, 가볍게 소개받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