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없이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아이

어쩌면 기회는 여기서 나올지도.

by 샌디

1학기 기말고사를 2~3주 앞두고 수행평가가 한창이다.

캘리는 인공지능 과목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웬디를 위해 ppt자료를 출력해 주었다. 인쇄를 하며 잠깐 보니 컴퓨팅 시스템의 구성과 동작에 대한 내용들이다. 컴퓨터의 중앙처리 장치인 CPU와 Arduino(오픈소스 기반의 보드), 그리고 전기회로의 기초와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문법에 대해 배웠나 보다.

전공자나 관심 있는 학생이 아닌 이상 사실 생소한 내용이다.


"엄마, 한글로 된 내용인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

"그러게.. 엄마도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설명해 줄 수도 없네"

"친구들도 다 모르겠대. 그리고 중요한 과목도 아니라고 애들이 거의 포기한 것 같아. 그냥 기말고사 준비한대"


캘리도 속으로는 '너도 주요 과목에 시간을 더 써야 하는 거 아니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공부는 대학 입시와 직결되니 전략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웬디는 과목의 중요도를 계산하기보다는 본인에게 주어진 모든 과목, 모든 과제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다. 캘리는 이제 고1인 아이의 그런 생각과 노력을 꺾고 싶진 않기에 밤새 인공지능 공부를 하는 웬디를 응원해 줄 뿐이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웬디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다.

"엄마~ 인공지능 말이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니 계속 보니까 좀 알겠더라? 아침에 내가 친구들한테 설명해주기도 했어. 그래서 오늘 수행평가 잘 본 거 같아"

"오~ 축하해.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이잖아. 이렇게라도 공부해 두면 분명 쓸모가 있을 거야"


웬디의 노력은 단지 성적을 위한 게 아니다. 늘 그래왔다.

중학생일 때도 성적에 크게 도움이 안 되어 친구들이 기피했던 각종 모둠활동을 도맡아 하곤 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조금 안쓰럽게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런 활동으로 웬디는 상을 받아오기도 했고 선생님들은 웬디를 인상적인 학생으로 기억해주기도 했다.


세상은 효율을 따지고, 전략을 요구할 때가 많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의 정직함과 성실함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이렇게 뭐든지 열심히 노력했던 태도가 빛을 발할 때가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다.


이런 삶의 태도만큼은 웬디를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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