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의 싸움이 어려운 거야
기말고사가 한창인 주말이다.
총 5일의 시험기간 중 2일은 지났고, 3일이 남았다.
웬디는 여전히 학원은 안 다니고 혼자 공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과 EBS가 주관하는 코칭프로그램으로 영어 한 과목만 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생이 멘토가 되어 중고등학생에게 코칭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즉, 공부 계획부터 실행까지 학생 스스로 수행하고 선생님은 그 과정을 체크해 주고 독려해 주는 것이다.
웬디는 이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하는 공부를 배우고 있다.
학원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는 공부를 하면 더 빠르고 쉬울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에 의존하면 오래 못 간다는 걸 캘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느리고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아이들 스스로 혼자 하는 공부가 체득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간밤에 4시간밖에 못 잔 웬디는 영어시험을 보고 와서는 조금 자고 일어나서 독서실에 가겠다고 한다.
1시간 후에 깨워달라기에 그 정도로 잠을 보충하기에는 부족하지 않겠냐며 2시간 후에 깨워주겠다고 했다.
예상대로 2시간 후에 깨웠으나 웬디는 비몽사몽이다.
한 30여분 잠과의 사투를 벌이더니 결국 일어나서 점심을 먹는다.
"우리 웬디 대단하네. 이렇게 강제성 없이 스스로 공부하기가 힘든 건데.."
"맞아. 좀 힘드네. 내 친구들 보니까 시험 전날에 학원에서 10시간씩 앉아서 직전보강을 한대. 그 친구들은 나처럼 혼자 공부하는 애들이 신기하대. 그게 가능하냐고 해. 자긴 학원 없으면 안 된다고"
"누가 붙잡아놓고 시키는 걸 하는 건 오히려 쉬울지도 몰라. 웬디처럼 온종일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그건 자신과의 싸움이야"
캘리가 마음에도 없는 빈 말을 한 게 아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에서 공부가 필요한 시기는 고등학교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대학에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혹은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하는 공부도 결국은 스스로 알아보고 계획해서 실행해야 한다. 수학능력. 즉 배우고 학습하는 능력은 평생에 걸쳐 필요한 것이다.
초중고를 보내며 학원과 각종 컨설팅을 알아보고 아이 입맛에 맞게 설계해서 세팅해 준다면 결국 아이가 진짜 필요한 능력을 배울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아이 인생의 목표가 대학입학이 아니지 않은가. 대학 문턱만 넘었다고 이제 부모는 할 만큼 했다며 아이의 교육에서 손을 뗀다면 스스로 배울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요일이라 주말 이틀간 시간이 있지만 웬디는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나간다.
지금 당장의 시험 결과가 어떻든 캘리는 스스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웬디가 기특하다.